의회, 일자리경제실ㆍ산림편백과 재질의

행정사무감사가 열리던 지난 11월 28일 오전 11시 50분 군의회 상임위 회의실.
산림편백과 오전 감사가 끝난 직후, 점심시간을 앞둔 의원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술렁였다. 잠시 뒤 심민섭 의장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긴급 협의에서는 부실한 산림편백과 사업 실적을 두고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행정감사특별위원회(위원장 나철원)는 29일 모든 감사일정이 끝난 뒤 일자리경제실과 산림편백과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법률검토를 의회 전문위원실에 의뢰했다.
행정사무조사 하려다 ‘간담회’로
법률검토를 거친 의회 전문위원실은 행정사무조사 대신 간담회를 갖기로 2일 결론냈다.
한 전문위원은 “법적인 절차와 기간, 대상 등을 검토한 결과 정례회 회기가 끝나는 19일 이후에 별도 조사위원회를 꾸리기에는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고 밝혔다. 이 전문위원은 “감사 일정이 모두 끝난 상태에서 진행되는 비공식 일정이지만 간담회 내용은 감사결과 보고서에 반영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찌됐건 감사보다 높은 강도의 ‘행정사무조사’를 검토하다 간담회 형식의 ‘재보고’로 수위가 급격히 낮아진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는 의원들이 집행부에 대한 강제력에 한계와 피로감을 느낀 탓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나철원 위원장은 “의회가 집행부에 뭘 더 한다고 해서 더이상 효력이 없으리라는 판단이 들었다”며 “여러 선배 의원님들 의견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오후 2시 의회 상임위 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는 심민섭 의장이 직접 주재했다. 1시간여 동안 열린 이날 자리에는 일자리경제실ㆍ산림편백과와 행정사무감사 총괄부서인 기획실도 참석했다.
오늘은 준비해올 줄 알았는데…
일자리경제실 재보고에서는 황룡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청년정책, 5대 맛거리 조성에 대한 질의가 이뤄졌다.
황룡시장 사업에 대해 나철원 위원장은 “시설현대화인가, 활성화인가”라며 사업 명칭과 방향을 물었고 김민수 실장은 “현대화를 통해 활성화하는 쪽으로 어느 정리되면 방향을 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업 2년 반이 되도록 아직도 명칭정리가 안됐느냐”는 나 위원장의 반문이 이어졌다.
황룡시장 진행 상황을 명확히 알려달라고 요구한 김연수 위원은 “더본코리아가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김 실장의 답변이 반복되자 “오늘은 준비해서 나올 줄 알았는데 지난번과 비슷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어진 산림편백과 재보고에서는 잔디 예지물 수거ㆍ활용 사업에 집중됐다.
김연수 위원은 “추진실적에는 작년 2월에 예지물을 수거했고 향후계획에는 올해 12월에 수거용역 계약을 맺는다는데 무슨 이야기인가”라고 물었다. 이선형 건설산업국장은 “1차 결과로 부엽토를 소진하고, 앞으로의 수거계약 용역을 추진한다는 것”이라고 답변하자 김 의원은 “도저히 내막을 모르겠네”라며 돌아 앉았다. 위원들은 예지물을 활용해 생산하는 부엽토의 성분ㆍ효능에 대해서도 집중 질의했다. 서춘경 위원은 “일반 잔디에서 어떤 성분이 얼마나 검출되는지 테스트해봤는가”라고 물었고 “부엽토에서 어떤 성분이 얼마나 나와야 한다고 정해진 규정은 없다”고 답변하던 김 국장은 “전임 과장들은 데이터도 쌓고 했는데, 지금 우리 팀들은 못하겠다고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심민섭 의장은 “의원은 군민들이 알고자 하는 것을 대신 질문하는 것” 개인이 아니라 군민이 묻는 질문이라 생각하고 보고ㆍ답변을 철저히 해달라”고
달라진 의회, 변함없는 집행부
나철원 위원장은 이번 재보고 간담회가 끝난 뒤 “있는 자료에 정보를 조금 더 붙인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우리 군 공직자들이 늘 해오던 방식”이라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산림편백과 간담회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공직자들을 향해 “제발 내 말이 틀리면 틀렸다고 말이라도 해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번 감사를 지켜본 대다수의 평가는 의회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회 관계자는 “행정사무조사 건으로 재보고를 받는 것은 최근 5년 이내에는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며 “의원들이 감사자료를 충분히 공부하고 준비를 많이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나철원 위원장은 “이번 9대 의회만 놓고보면 의원들이 가장 충실하고 한마음이 되어 임했던 감사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