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날카로운 탄핵정국을 이겨낼 유쾌한 ‘패러디’ 한마당
춥고 날카로운 탄핵정국을 이겨낼 유쾌한 ‘패러디’ 한마당
  • 김지형 기자
  • 승인 2024.12.17 10:00
  • 호수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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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래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집회
한국 밖 누리꾼들도 주목

탄핵정국이 길어지면서, 다양한 패러디들이 쏟아지고 있다. 깃발, 노래, , 피켓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은 저항을 이어 가고 있다. 이는 더이상 집회나 시위가 특정 단체와 정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패러디의 출발은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집회다. 당시 경찰이 집회에 참석한 시민을 어디서 왔냐고 배후 세력을 밝히려 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 경찰의 부당한 체포 시도에 저항하기 위한 것이 그 출발이다.

2016년 당시에는 노동·시민단체 패러디 깃발이 주를 이루었다. ‘전견련(전국견주연합·전경련의 패러디)’, ‘민주묘총·만두노총(민주노총의 패러디)’, ‘전국화분안죽이기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패러디)’ 등 단체명을 살짝 틀어서 만든 깃발이 많았다.

2024년 현재는 그 양상이 달라져 시민들의 취향이 반영된 깃발이 등장했다. ‘제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전국 뒤로 미루기 연합’, ‘전국드래곤보존협회등이 그 예시다. 거대 연예 기획사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갈등에서 비롯된 “000 밟으실 수 있죠?”윤석열 밟으실 수 있죠?”로 패러디되어 나타났다.

시위 장소인 국회의사당 앞 곳곳에는 포토존도 만들어졌다. 지난 3일 밤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소집하기 위해 담을 넘어간 곳에는 국회의장이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담 넘어간 곳이라는 팻말이 붙었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조롱하기 위한 포토존도 만들어졌다. 한 대표가 윤석열 탄핵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더니 끝내는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게 그 이유다. 국회 담에 걸린 대머리 가발 밑에는 내란공범 한동훈의 흔적(온기조차 남아있지 않음)’이 붙어 있다.

대머리 가발이 걸리게 된 이유는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정계 입문하던 시절 그의 과도한 외모 집착과 보수 언론의 띄워주기에 질린 시민들의 강한 반발심을 정리할 키워드가 대머리(채널A 이동재 기자 재판에서, 한동훈을 지칭함)’였기 때문이다.

집회 때 불리는 노래도 민중가요와 대중가요가 혼재되어 있다. 케이팝(K-POP) 곡은 물론, 야구 응원가까지 많은 노래가 불리고 있다. 야구의 인기가 높은 광주에서는 KIA 타이거즈 소크라테스 브리토 선수의 응원가, 팀 응원가 <광주의 함성>, 대구에서는 삼성 라이온즈 응원가 <엘도라도>, 부산에서는 롯데 자이언츠 응원가 <영광의 순간>을 개사해 불렀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자 널리 불리는 캐럴 <펠리즈 나비다드(Feliz Navidad)>를 개사한 <탄핵이 답이다> 또한 인기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탄핵이 답이다>에 맞춰 춤추는 학생 3명의 영상을 공유한 게 발단이 되어 같은 춤을 추는 영상이 현재 유행 중이다.

이런 패러디는 해외 누리꾼들도 주목하고 있다. 패러디에는 다양한 인터넷 밈(meme: 모방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어떤 생각, 스타일, 행동)이 포함되어 있어서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돼 퍼져나간 셈이다. 한 프랑스 누리꾼은 제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깃발을 보고 마크롱 정부에서 파업할 때 빌려 가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2024년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춥고 날카롭다. 투쟁을 바라보는 마음이 모두 비장할 수는 없으니, 서로를 북돋고 웃으며 함께 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패러디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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