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기념일은 즐기지만, 우리 전통 세시풍속은 ‘흐린 눈’
어린이들 사이에도 성큼 들어온 상술의 힘
매년 10월 31일은 미국의 대표적인 어린이 축제 핼러윈 데이(Halloween Day)로,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집마다 다니며 사탕과 초콜릿 등을 얻는 날이다. 한국에서는 2022년 10·29 참사 이후 사람들이 잘 즐기지 않는 기념일이 되었지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축제인 만큼 유통업계에서는 어린이집·유치원·학원 등을 노리고 마케팅을 시행했다.
관내 한 카페는 카페 한쪽에 핼러윈 소품들을 이용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어떤 학원은 ‘핼러윈’이라고 명시하진 않았으나 오늘 수업 시간에 간식을 나눠 준다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10·29 참사 이후 공개적으로 함께 즐기는 모습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장성 내 캠핑장에서 ‘핼러윈캠(핼러윈과 캠핑을 합한 신조어)’을 가족 단위로 소소하게 즐기는 광경이 많아졌다.
핼러윈의 ‘상술’ 지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상술의 문제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다. 서양 기념일은 잘 알면서, 우리 전통 세시풍속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금 가장 가까운 세시풍속은 중양절(음력 9월 9일), 상강(양력 10월 23~24일)이다.
홀수인 9가 두 번 겹쳐 길일로 취급받는 중양절은 국화가 만발한 시기기도 하다. 조상들은 이때 국화전, 국화주, 국화 화채 등 국화 요리를 먹으며 중양절을 지냈다. 고려 시대에는 9대 명절로 손꼽힐 만큼 큰 날이었지만 점점 명절로서의 성격은 사라졌다. 그래도 지역에 따라서는 중양절에 차례를 지낸다. 대표적인 예로 안동 하회마을이 있다.
상강은 가을의 마지막 절기이자, 남부 지방에서 보리 파종을 하는 날이다. 조선 시대 때는 병조판서가 주관하는 둑제(纛祭)를 지내며 국가의 중대사는 제사와 군사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세시풍속들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그 의미가 희미해졌지만, ‘문향’ 장성에서 솔선수범하여 옛 전통을 계승한다면 후세대에게도 그 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