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11년차, 관행에 젖은 장성군 용역 심의
군 용역심의위원회 심사 기준 없어 근거 없는 서면의결 관행으로 정착
장성군이 추진하는 외부용역에 대한 심의가 관행에 젖어 운영에 허점을 보이고 있다. 심의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지만 심의 기준도 없고, 회의 개최 전 성원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서면의결로 대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심사의 내실을 갖추기 위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건 용역 사업, 서면의결로 간단 통과
지난 6일 오후 2시 군청 상황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용역심의위원회. 그러나 이 날 회의는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열리지 못했다. 전체 위원 10명 중 5명만이 참석 의사를 밝혀 과반수 이상인 6명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의를 준비한 기획실 관계자는 “회의 전주부터 참석 여부를 파악해서 과반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갑자기 불참자가 생겨 서면으로 대신했다.”고 말했다.
정작 의아스러운 것은 그 다음이다. 위원회 설치근거인 ‘장성군 용역 심의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이하 조례)에 따르면 다른 날로 회의를 미뤄야 한다. 조례 상에는 “회의 개최 3일 전까지 각 위원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서면의결을 허용하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 기획실은 회의가 무산된 당일 오후, 불참자를 찾아가 원안 가결 의견으로 서면의결을 마쳤다.
이날 상정된 일반산업단지 개발제한구역 해제 용역, 사계절 지역특화 도시락 개발 용역 등 총 5건. 총 예산 6억 2200만원에 달하는 용역사업이 이렇게 신속, 간단하게 군 내부 심의를 마치고 내년도 예산편성 준비를 끝낸 셈이다.
심의위, 절차 정당성 얹어주는 기구로 전락
용역심의위원회는 지난 2013년 10월 장성군 의회가 제정한 조례에 따라 군이 추진하는 용역 예정금액 2천만원 이상의 용역사업을 심의한다. 각 개별 법령 상 용역 수행방법이 따로 규정되어 있는 의무적인 용역을 제외한 학술, 종합기술, 공사설계 등 모든 용역사업이 심의 대상이다.
군수는 위원회 심의결과를 근거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고, 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때에도 심의결과를 첨부해야 하는 중요한 의결기구다.
지난해 8월, 2년 임기, 10명 정원으로 꾸려진 현 위원회는 부군수를 위원장으로 내부위원 4명(기획실장, 세무회계과장, 재난안전과장, 도시재생과장)과 군 의회의장, 군내 협회ㆍ연구소 관계자, 전직 공무원 등 5명의 외부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위원회 운영 10년이 지나는 동안 용역 추진을 위한 의례적인 절차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기획실 관계자는 “안건이 1~2건일 경우에는 대개 서면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의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관계자는 “심의를 위한 심사 기준은 별도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회의 자료가 되는 심의 의안에는 제안 이유와 사업명과 목적, 필요성, 용역방법과 기간 등의 개략적인 내용이 있을 뿐 용역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관계자는 “용역 심의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매년 의례적으로 하는 사업들이 상당수여서 이같은 방식으로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가 실질적인 심사로 예산집행의 내실을 기하기보다는 오히려 주무부서의 사업 추진을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얹어주는 의례적 기구로 전락한 것이다.
다른 지자체는 용역심의 조례 손질 한창
그러나 이 날 원안 가결된 5건의 안건이 군 기획실 설명처럼 의례적인 용역들로 채워진 것만은 아니다.
기획실 관계자는 교통에너지과가 상정한 ‘농촌버스 운행노선 실태조사 연구용역’에 대해 “군이 버스회사에 매년 지원하는 보조금 산출을 위한 의례적 용역”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본지(1041호,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 장성에서는 그림의 떡?)가 지적한 것처럼 저상버스 도입, 전기차 충전시설 확보 등 교통정책 개선을 위해서는 버스회사 보조금부터 재고해야 한다. 용역심의위원회는 이같은 정책적인 고려가 연구용역에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군청 내 유일한 심의기구다. ‘연례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관성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다른 지자체는 연구용역의 투명성, 책임성을 높여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인천 서구는 2023년 8월 관련 조례의 전부개정을 통해 심의대상 용역사업을 2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확대했다. 또 심사위원 이해충돌방지 제도와 연구용역 실명제를 도입, 용역의 책임관리를 강화했다.
경기도 가평군은 2010년 최초 조례안 제정 시부터 학술용역 발주 시 금액에 관계없이 심의위원회의 적정성 여부 심사를 통과하도록 했다. 또 심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회의 개최 7일 전까지 안건 제출을 의무화했다. 대조적이다.
연번 |
부 서 |
용 역 과 제 명 |
예산 |
1 |
일자리경제실 |
일반산업단지 개발제한구역 해제 용역 |
200,000 |
2 |
농업유통과 |
사계절 지역특화도시락 개발 용역 |
100,000 |
3 |
농업유통과 |
스마트원예단지 기반조성 예비계획 수립 용역 |
50,000 |
4 |
재난안전과 |
안전·보건관리체계 확보의무 이행점검 용역 |
25,000 |
5 |
교통에너지과 |
농촌버스 운행노선 실태조사 연구용역 |
22,000 |
지난 6일 용역심의위원회에서 원안가결된 5건의 안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