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문을 연 장성군장애인복지관 신임 관장에 기은교회 김종인 목사가 취임했다.
따로 이·취임식을 하지 않고 이달 1일 곧바로 공식 업무에 들어간 터라 초대관장인 이대원 관장의 이임과 김종인 신임 관장의 취임 사실을 알지 못한 주민들이 적지 않다.
이에 김종인 신임 관장을 만나 ‘우측 편마비’로 인한 장애인으로서의 삶과, 장애인복지관을 이끌어갈 출사표,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권진영 기자 :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김종인 관장 : 장애를 갖고 살면서 사랑의 빚을 많이 져서 ‘이제는 갚아가면서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있을 수 있는 자리가 맞나’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을 가까이서 돌보고 싶었는데, 기관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고,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하나 하는 고민도 사실 많이 했습니다. 이제는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오늘 할 일은 기자님과 이야기 나눈 뒤에 아이들 목욕시키기입니다.
권진영 기자 : 복지관에 대한 느낌은 어떠셨나요
김종인 관장 : 복지관이 지어지는 것을 관심을 갖고 지켜봤는데, 막상 와서 보니 시설과 프로그램이 너무나 훌륭해서 놀랐습니다. 군 단위에 이렇게 좋은 장애인 시설이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이요. 장성 군민이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권진영 기자 : 자랑하고 싶은 복지관 프로그램은요
김종인 관장 : ‘주간보호실’은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낮 시간동안 보호하고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장애인 가족의 양육부담을 덜어주고자 운영하고 있습니다. 언어·미술·음악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아동의 인지, 의사소통, 적응행동, 감각·운동 기능 향상과 행동발달을 지원하는 ‘’발달재활서비스‘도 하고 있고요. 제일 자랑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직업적응훈련’입니다. 직무훈련과 사회적응훈련을 병행하는 한편 사업장을 발굴해 취업으로 연결하고 사후관리까지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현재 5명의 장애인이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권진영 기자 : ‘장애를 갖고 살면서 빚을 많이 졌다’고 하셨는데요
김종인 목사 : 4살에 우측 편마비가 와서 50여년을 장애인으로 살았습니다. ‘병신 꼴값하네’
,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어’ 같은 말을 무수히 들었지요. 그래도 ‘나는 정상인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장애인을 보면 미운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들에게서 ‘장애인’인 내가 보였으니까요. 자살까지 생각했던 중학교 때 우연히 교회를 갔다가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웃어주고 놀아주는 이들을 만나면서 점차 응어리가 치유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라도 ‘미움’을 가졌던 장애인들에게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섬기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입니다.
권진영 기자 : 아직 복지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많이 있나요
김종인 관장 : 우리 지역에 등록된 장애인 수가 4,100여명입니다. 장성 인구의 9%에 달하지요. 선천적·후전적인 요인으로 인해 장애인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장애인복지관이 건립된 지 1년 3개월밖에 되지 않아 아직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관장 취임 후 우선적 과제로 복지관 이용자 모두에게 활용성과 접근성을 극대화하고, 행정적으로도 부서별 효율성과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직원들과 협력할 계획입니다.
권진영 기자 : 기은교회 목사 신분으로 복지관 관장으로 취임한 데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데요
김종인 관장 : 저도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온 마음을 다해 장애인들을 섬기려는 준비가 되어 있다면 못 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복지관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사)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에서 면접을 볼 때 그런 이야기가 나왔고, 저는 ‘교회가, 목사가 해야 할 일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목사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돕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장애인인 제가 더 겸손하고 낮은 곳에서 장애인들을 섬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면접관들도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기은교회 성도들도 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셨습니다.
권진영 기자 :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요
김종인 관장 : 장애인 복지관은 말 그대로 장애인을 위한 시설입니다. 그러나 장애인들만으로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장애인 곁에는 비장애인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 속에서 장애인들의 ‘정상화(正常化)’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장애인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돕고, 존엄하고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때 우리 사회는 진정한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동정’이 아닌 ‘인정’이 필요합니다.
권진영 기자 : ‘장애인 복지’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종인 관장 : 조금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저는 장애인이지만 정상적으로 살아왔습니다. 장애인 복지는 장애인들을 위해 많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정상적으로 대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래야 장애인들이 자존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는 ‘장애’를 이야기할 때 길 장(長), 사랑 애(愛)자를 써서 이야기합니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걸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진영 기자 :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김종인 관장 : 전임 관장이 재임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을 해 놓으신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복지관 직원들도 자기 업무 분야에 훌륭한 실력을 갖추고 최선을 다해주고 있어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처음 마음 그대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낮은 곳에서 섬기는 관장이 되겠습니다. 장성군장애인복지관에 많은 애정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