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8 지역신문 컨퍼런스>를 다녀왔다. 필자의 수업 <지역사회와 언론>을 수강하는 학생들도 동행했다. 올해가 11년째인 <지역신문 컨퍼런스>는 지역신문발전위가 주최하는 행사로 전국의 지역신문 종사자들이 한 곳에 모이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발위의 지원사업이 해를 거듭할수록축소되고 있고, 올해 컨퍼런스도 예년에 비해 규모나 참가인원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단체로 컨퍼런스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필자의 학생들이 전부였다. 지방분권이 대선 공약이 되고 개헌안까지 나왔지만, 언론의 지방분권이나 균형발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아직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처음 컨퍼런스를 다녀온 나의 학생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특히 교육적 효과는 필자의 기대 이상이었다. 컨퍼런스 참관을 통해 지역신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지역신문의 기능과 역할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전남 광양이 고향인 한 학생은 정작 광양에 살면서는 본 적이 없는 <광양신문>을 행사장에서 발견하고 놀랐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컨퍼런스 발표현장에서 발견한 지역언론인들의 열정이었다.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지만, 청년들에게 지역신문을 개방하고 기회를 준다면 지역신문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컨퍼런스를 다녀온 학생들의 반응을 일부 소개한다.
위하라 (강원 영월): 평소 신문에는 관심이 많아도 지역신문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번 <지역사회와 언론> 수업을 들으면서 점차 지역신문의 중요성을 알았고 지역신문 컨퍼런스에 참여하여 지역신문의 필요성을 알았다. 제일 인상 깊었던 발표는 포항지진 관련한 <경북매일신문> 이바름 기자님의 발표였다. 포항지진이 일어난 후 중앙신문들은 겉핥기식 기사를 쓰며, 피해주민들의 심경은 헤어리지 않은 채 그저 조회수에만 초점을 맞춰 기사를 썼고, 남은 몫은 지역신문기자들의 것이었다. 기자님이 목소리까지 떨리면서 발표하시는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지역신문을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진혜원 (전북 익산): 가슴 한 켠에 언론인을 꿈꾸고 있는 나에게 컨퍼런스 참가는 지역언론과 그 필요성에 대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배움의 시간이었고 지역언론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기자분들의 열기를 느끼며 목표의식없이 학기를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었다. 전부 뜻깊은 발표였지만 그 중에서도 첫번째 섹션에서 듣게 된 <거제신문>의 탐사보도가 제일 기억에 남는데, 취재 당시의 고충과 그들의 노고로 밝혀낸 것들이 지역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며 지역언론의 필요성과 소중함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고나연 (충남 천안): 지역신문이라고 해서 되게 작고 허름한 신문사를 생각했다. 지역신문을 조금 나이든 기자분들이 계시고 열정은 좀 부족한 그냥 지역생활정보지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컨퍼런스에 참여한 지역신문사 기자님들의 발표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다들 너무 열정적이셨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셨다. 내가 살고 있는 천안 지역신문의 기자분들도 열정적으로 신문을 만들고 계실텐데 그동안 너무 무심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김예원 (경기 수원) 수업을 듣기 전 사실은 중앙, 서울에 집중된 언론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살아왔었고 지역언론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두 달 동안의 수업에서 지역언론의 문제와 그 중요성을 배우고 나서 참가한 컨퍼런스였기 때문에 프로그램들을 들으며 더 많이 와닿게 되었습니다....부족한 인력과 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신문사들의 현실을 보고 너무 안타까웠지만 이러한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지역민들을 위해, 지역언론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열심히 노력하시는 분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지역언론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한빈 (충남 예산) : 컨퍼런스에 참가하기 전까지 솔직하게 예산을 벗어나 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먼 서울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그래도 도시인 천안에는 꼭 살고 말거라는 생각을 해 온 나인데.... 이번 컨퍼런스 참여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실태를 보고 들으니 '지방에 살며 지방을 지켜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지방을 지키기 위한 일들을 하는 것이 지역언론이고, 그래서 지역의 언론들이 굉장히 중요하구나를 알 수 있었다.
나의 학생들이 경험한 <2018 지역신문 컨퍼런스>를 통해 지역신문에 아직도 희망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언론인들의 열정이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전이된다면 그 희망이 현실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