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풀뿌리 지역신문, 즉 지역주간신문의 역사가 30년째 되는 해이다. 1987년 6월 항쟁 민주화의 물결이 지역신문 발행으로 이어져, 1988년 충남 홍성의 <주간 홍성>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지역주간신문이 창간되기 시작했다. 지난 30년 동안 그 숫자는 크게 늘어 지역신문이 없는 지역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언론으로서의 영향력이나, 언론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6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역주간신문 연평균 매출액은 1억 3800만원, 평균 고용인원은 5명 내외였다. 신문사 규모의 영세성으로 인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역신문의 존재감을 감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지역주민들이 자기 지역언론을 홀대하는 문화가 여전하고, 대다수 지역신문 역시 지역주민들이 외면하게 만드는 수준의 신문을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30년 후에도 지역신문이 살아남아 60주년을 기념할 수 있을까?
전국신문에 비교한다면 지역지의 전망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소위 "조중동"과 <한겨레> 등으로 대표되는 전국일간지의 경우, 예전에 비해 그 위세가 크게 줄어들었다. 굳이 신문산업 매출액 통계나 구독자 비율을 언급하지 않아도, 아파트 단지 내에 아직도 신문을 구독하는 집이 얼마나 있는지 보면 안다. 포털이 장악한 디지털 뉴스시장에서도 전국일간지의 기사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30년 전 창간되어 지역신문의 모델이 되었던 <한겨레>가 걸어온 길을 보면 전국지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다. 민주언론을 염원하는 국민들이 창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주고 신문을 구독해주었지만, 치열한 시장경쟁과 디지털 시대 적응에 실패했다. 보수적인 조중동을 견제하며 그나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건강한 진보언론으로 아직 살아있긴 하지만, 그 수명이 얼마나 오래갈지 장담하기 힘들다. 구독자가 급감하면서 이제 거의 전적으로 광고에 의존해야 하는 전국지는 자본에 굴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자본은 결코 건강한 언론을 원치 않는다. 이제 전국지는 지역신문이 본받아야할 모델이 아니라 반면교사의 대상이다.
한편 대다수 지역신문은 자치단체의 음성적, 양성적 지원으로 간신히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 자치단체의 광고나 홍보 협찬이 없다면 신문사 운영이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각 시군구마다 적게는 3-4개, 많게는 10여개의 지역신문들이 발행된다. 대다수 지역신문이 자치단체 홍보지 수준의 뉴스생산만 반복하고 있다. 부실한 지역신문의 가장 큰 수혜자는 지역권력이다. 지역언론이 부실하면 할수록, 지역권력은 자신들의 부정과 비리를 쉽게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건강한 지역언론을 지역권력은 결코 원치 않는다.
진정 지역사회가 소망하는 지역언론, 즉 지역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지역신문은 아직도 미완의 과제이다. 30년 전 민주화 열망 속에서 지역신문을 시작한 사람들이 꿈꾸었던 목표는 아직도 꿈으로만 남아있다. 지역에서 선출한 권력, 즉 여의도에 진출한 국회의원들이나 시군청에 들어간 단체장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는 지역신문도, 잘하는지 못하는지 판단하는 지역신문도 드물다.
30년 후에도 지역신문이 여전히 남아있으려면, 30년 전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역사회 민주주의 파수꾼으로서, 지방자치 권력은 물론이고 중앙에 보낸 국회 권력까지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생존을 위해 지역권력의 부패와 비리를 방관하고 두둔하는 신문이 아니라, 기득권의 횡포를 파헤치고 고발함으로써 지역사회로부터 언론으로서 권위를 인정받는 신문이 되어야 한다. 언론의 정도(正道)를 찾아 나아가는 지역신문만이 앞으로 30년을 버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