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크다....”
입구에 들어선 첫 느낌이다.
광주 명소로 워낙 유명한 만큼 그 규모를 미리 파악하고 방문하였으나, 한 사람의 수집물을 모아 전시한 박물관이기에 어느 정도 한계를 짓고 찾아간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직접 방문한 세계조각·장식 박물관의 규모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180평 규모의 박물관에 전시된 전시물들의 종류 또한 쇼나조각부터 각 나라의 진검까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본지가 박물관을 방문한 지난 15일에도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감상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내국인들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았다는 것. 오스트리아에서 왔다는 한 관람객은 쇼나조각에 유독 관심을 두며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고 또 다른 일행은 진검들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개인의 수집품을 전시한 이 박물관은 어떻게 생겨나게 된 것이고, 이 전시물들은 어디서 공수해 온 것이며, 이것을 수집한 사람은 누구일까?
세계조각·장식박물관
광주에서 가 볼만한 추천지로 손꼽히는 곳이 있다.
광주 금남로에 위치한 세계조각·장식 박물관이 그곳이다.
이미 여러 매체에 소개가 되었고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이제는 광주의 명소가 된 세계조각·장식 박물관은 장성 진원면 출신의 (주)진한통상 김상덕 대표가 1990년 무역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약 30년간 세계100여국을 방문할 때마다 취미삼아 하나 둘씩 모은 기념품과 조각 작품, 장식품, 쇼나작품 등 약10000여점을 전시한 박물관이다.
취미삼아 모은 수집품들을 혼자만 감상하는 것이 아쉬워 사무실 한 곳에 ‘킴스뮤지엄’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방문하는 고객들과 함께 공유하였다가 규모가 점점 커지자 박물관으로 전시할 계획을 세우고 2016년에 광주 금남로에 박물관을 개관한 것이 이 세계조각·장식박물관이다.
30여 년간의 수집
전시물들은 동전까지 한다면 수 만 점으로 1톤 트럭으로 100대 정도 되는 양이다.
전시작들은 종, 인형, 화폐, 불상, 기념접시, 수석, 옥, 도자기, 목각 등 20여개의 종류로 나눠 전시되어 있는데 각 국의 문화적 특징을 지닌 접시 500여점, 회화작품 120점, 화폐 100여점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700여개의 종은 티벳의 200년 된 종부터 힌두교에서 쓰는 종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여 종으로만 하나의 박물관을 만들 수 있는 정도의 규모이다.
그 외, 세계 인류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들의 흉사부터, 프랑스·일본·청나라·우리나라의 도자기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부터 네덜란드의 신발 등 세계 각국의 신발들, 그리고 2차 대전 당시 의 대검과 나치들이 썼던 칼부터 영국의 대검, 러시아의 창, 아프리카의 목검, 일본의 칼 등 진검들까지 구경할 수 있다.
가면은 100여개로 우리나라의 가면을 비롯해 아프리카, 남미, 스리랑카의 가면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가면이 전시되어있고, 라이온스 뱃지만 300개가 넘는다.
특히 이곳에서는 지난 2005년에 타계한 국내 현대 조각의 거목 우호 김영중 선생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김영중 작가는 장성 출신의 현대조각가로 독립기념관의 <불굴의 한국인 상>과 세종문화회관 외벽에 부조형식으로 조각된 두 <비천상>, 광주고속버스터미널 야외광장의 <고향> 등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작품들이 그의 작품이다. 또한 한국최초로 목포 유달산에 조각공원을 조성했는가 하면 이어 제주 조각공원, 장성의 시(詩)비 공원, 진도 연육교 개통기념 주변 조각공원 조성 등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렇듯 이곳에는 외국 조각품만 전시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유명조각가들의 작품들부터 그림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주기적으로 국내 조각이나 미술가들의 작품을 테마 별 기획 전시로 찾는 이들의 관심과 문화적 향유를 넓혀가고 있다.
박물관 한 편에 마련된 갤러리 존에는 김 관장이 수집한 그림을 즐기며 가볍게 차를 즐길 수 있는 티 테이블을 놓아 관람객들의 편의를 도왔다.
쇼나작품
특히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대형 쇼나(Shona)작품이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김 관장이 짐바브웨로 가서 2개의 컨테이너 박스에 싣고 까다로운 통관절차를 거쳐 가져온 보석 같은 존재들이다.
쇼나조각은 남아프리카 중앙부의 자근 나라인 짐바브웨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쇼나 부족이 만든 돌 조각이다. 유럽 등지에서 ‘쇼나조각파’라는 조각가 군을 형성할 만큼 그 작품성을 높이 인정받고 있으며 현대미술의 거장 피카소, 앙리 마티스 등과 같은 대가들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스케치를 하거나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오로지 정과 망치, 샌드페이퍼 등 전통적인 도구만을 사용해 일일이 손으로 만든 자연의 조각이라는 점에서 신의 예술이라고 불린다.
김 관장이 쇼나조각에 매료된 것은 11년 전 우연히 쇼나조각전을 관람하게 되면서부터다. 쇼나부족의 애환과 꿈이 담긴 예술작품으로서 모듈로 작업하는 청동조각과 달리, 사람이 정과 망치로 밑그림 없이 수작업 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이 조각상을 보고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그래서 ‘신이 보호하는 가족’이라는 130cm크기의 작품을 거액을 주고 구입해 곁에 두고 틈 날 때마다 보았고, 보면 볼수록 오묘한 쇼나조각에 푹 빠졌던 그는 쇼나조각전을 기획하게 되었다. 쇼나조각들을 교체해 전시하기도 하고 쇼나조각의 3대째 가업을 이어온 현지 조각가 존 타입(John Type)을 초청하여 아프리카에서 공수해 온 원석으로 1m 높이의 조각을 하는 모습을 관람객들에게 직접 보여주기도 하였다.
전문적 경영을 위해...
전시되는 작품들이 20만원에서 많게는 수 천 만원까지 분포되고, 나라와 시대별로 많은 양의 작품들이 있는 만큼 전시작품에 대한 해설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스토리텔링 등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박물관에는 큐레이터가 상주하여 전문적인 설명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좋은 교육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관장은 국가별 전시코너도 개설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 박물관을 학생들의 교육장으로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전문적 경영을 위해 정윤태 전 조선대 미술대학장을 명예관장으로 영입하고, 위원회를 구성하여 탁인석 전 광주광역시 교육위원회 부의장이 위원장을 맡고,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협회장, 서예가 전진현 전 북구청 문화예술과장, 지형원 문화통 발행인, 박철모 광주아트컴퍼니 대표, 김교준 동아기술공사 전무 등을 운영자문위원으로 위촉하여 전문가적 식견으로 관리하며 박물관의 비전을 세우고 있다.
내 고향 장성에 조각공원을 여는 것이 꿈입니다.
지금 박물관에는 아직 김 관장의 수집품을 모두 전시하지 못했다. 현재 전시된 전시물들도 공간이 부족해 겹쳐놓기도 했다. 그래서 김 관장은 박물관을 고향 장성으로 옮기려고 구상중이다.
“내 고향 장성에서 조각공원을 여는 것이 꿈입니다. 가능하다면 미술관과 박물관을 별개로 두어서 많은 분들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데 제 고향 장성에 그 꿈을 펼치고 싶습니다. 그래서 노년에는 고향에서 이러한 문화 활동을 즐기며 보내고 싶습니다. 요즈음 물질적인 것만 추구하고 있는데 시민들이 문화예술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길 바라며 이를 위해 늘 새롭고 창조적인 기획을 선도하고자 합니다”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여 지역예술을 선도하였다는 평을 받는 김상덕 관장은 장성 진원면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시절을 진원에서 보냈다. 후에 경영학 박사로 30여 년간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조선대학교에서 초빙 객원교수로 활동해 왔다. 또한 라이온스클럽 회장과 회장단협의회 의장, (사)자연보호중앙연맹 부총재, 광주 우슈 쿵푸협회 회장, 국제친선우호협회 노르웨이 단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민족통일 협의회 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세계조각·장식 박물관'’의 개관시간은 9시~18시이고, 일요일은 휴관이며 입장료는 1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