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 설부편에 흑우생백독(黑牛生白犢)이라는 고사가 나온다. ‘검은 소가 흰 송아지를 낳았다’는 뜻으로 예로부터 흰색 짐승이 태어나는 일은 대부분 좋은 징조인 길조(吉兆)로 여겼다. 한 농부의 집에서 검은 소가 흰 송아지를 낳아 공자에게 가서 그 까닭을 물었다. 공자는 “좋은 징조이니 송아지를 하늘에 바치라”고 했다. 그 후 1년이 지나 농부의 아버지가 눈이 멀었고, 검은 소가 다시 흰 송아지를 낳았다. 농부가 공자에게 가서 물으니 역시 좋은 징조라며 하늘에 제사 지내라고 했다.
그리고 1년 뒤 농부마저 눈이 멀고 말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초나라가 송나라를 침공했고, 송나라의 젊은 남자들은 모두 전쟁터에 나가 목숨을 잃었으나 농부의 부자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 농부의 부자는 용케도 다시 시력을 회복하였다는 얘기다. 이 고사는 새옹지마(塞翁之馬)와 비슷한 고사다. 중국 전한시대 [회남자]라는 서책에 한 노인이 기르던 말이 달아나 버렸을 때 이웃들이 걱정하자 노인은 “이 일이 복이 될지 어찌 알겠소”라고 했다. 그러자 달아난 말이 여러 마리 야생마를 이끌고 돌아왔다. 동네 사람들이 이를 축하하자 노인은 “이 일이 화가 될지 어찌 알겠소?”라고 했는데 하나뿐인 손자가 야생마를 타다가 낙마하여 다리가 부러져 불구가 되었다. 그런데 손자가 청년이 되었을 때 전쟁이 일어나 젊은 남자는 전쟁터에 나가 죽거나 불구가 되었는데 손자는 살아서 자식을 낳고 잘 살았다는 얘기다. 화가 다시 복이 된 것이다. 송나라 말에 승려인 회기원회가 그의 시에 ‘인간만사새옹마(人間萬事塞翁馬)라고 하여 더욱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처럼 인간사는 좋은 일이 화가 되기도 하고 화가 좋은 일이 되기도 하니 어떤 일에 지나치게 좋아하지도 슬퍼하지도 말라는 교훈이 ‘흑우생백독’과 ‘새옹지마’다.
한편 인도에서 흰 코끼리는 영물로 여겨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백호(白虎)나 흰 사슴인 백록(白鹿) 등은 신성하게 여겼다. 검은색의 상징인 까마귀도 흰색으로 태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중국에서는 흰까마귀가 나타나면 황제가 직접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흰색으로 태어나는 동물은 유전자 변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백색증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이런 동물을 신성하게 여기지만 흰색으로 태어나는 동물의 삶은 불행하다. 천적의 먹잇감으로 드러나기 쉽고, 동족들로부터 보호받기 어려워 대부분 생존율이 낮기 때문이다. 흰색 짐승은 사람에게는 길조이고 동물에게는 흉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