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인 김행씨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청문회를 마치지 않고, 도중에 자리를 떠난 뒤 김후보의 별명이 ‘김행랑’이 되고 민주당에서는 ‘김행랑 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김행랑’은 김행과 줄행랑을 합친 말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낌새채고 달아났다는 뜻이다.
행랑은 양반의 기와집 대문의 좌우에 1~2개의 행랑(行廊)채를 지어 머슴이나 노비가 사는 집을 일컫는 말로 ‘줄행랑’은 행랑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나타내는 말이다. 양방의 권세가 높아지고 재산이 늘어날수록 머슴이나 노비가 많아지게 되고 행랑채가 점점 더 길게 이어지게 마련이다.
줄행랑과 다른 말은 단행랑(單行廊)으로 대문 좌우에 하나의 행랑채만 있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단행랑은 머슴 한두 명을 데리고 사는 중간 계급의 양반이나 수백 석의 쌀을 거두는 정도의 재산가의 집을 뜻한다.
따라서 ‘줄행랑’은 그 집안의 권세가 높고 재산이 많다는 것을 상징한다.
서민들의 집은 대문이 없는, 세간 집(방 두 개와 부엌으로 구성)이 보통이며 오두막은 방 하나에 부엌 하나인 경우를 뜻한다
그런데 ‘줄행랑을 놓다’ 또는 ‘줄행랑을 치다’는 말은 갑자기 권세가 사라져 ‘줄행랑’을 버리고 달아나다, 또는 줄행랑을 유지할 수 없는 어려운 상태가 되어 도망을 치다는 뜻이 된 것이다.
일제강점기 이후에 ‘36계 줄행랑’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하였는데 ‘36계’는 손무가 지은 손자병법에서 전쟁할 때 쓰이는 36가지 계책으로 ‘강한 적은 분산시켜 쳐 부수다’와 우리가 잘 아는 ‘미인계’도 제31계책 가운데 하나이다. 36번째 계책이 ‘달아나는 것이 최상의 대책이라는 뜻’인 ‘주위상책(走爲上策)’으로 ‘36계 줄행랑’은 ‘36계책’과 ‘줄행랑’이 합쳐진 말이다.
하지만 손무의 ‘36계’는 무조건 달아난다는 뜻이 아니라 당장의 싸움에서는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 다음을 기약하며 작전상 후퇴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