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리판은 ‘몹시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엉망인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신문이나 언론에서 국회의 여야 대결 사태를 보도할 때 많이 사용하는 말이 ‘아사리판’이다. 한편 어지러운 정치판을 ‘난장판’이라고 하는데 난장(亂場)은 옛날에 선비들이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한꺼번에 수천 명이 모여 정신이 없는 모습을 뜻하는 말이다. 개들이 진흙탕에서 물고 뜯으며 싸우는 모양을 이전투구(泥田鬪狗)라고 하는데 이를 ‘개판’이라고도 한다. 이 모두 정치권의 싸움을 빗대어 사용하는 말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불교에서 사용하는 말이 세속에 나와 본뜻과 전혀 다르게 쓰게 될 때가 적지 않다. 이판사판은 ‘막다른 곳에 이르러 더 이상 어찌할 수 없게 된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사찰에서 수행승(이판)과 행정승(사판)을 뜻하는 말이며 야단법석은 ‘여러 사람이 모여 매우 시끄럽고 분주한 모습’이란 뜻으로 사용하지만 원래 넓은 마당에 많은 불교 신자가 모여 큰스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게 만든 임시 법당이라는 뜻이다.
아사리판의 어원은 ‘빼앗다’의 ‘앗다’의 ‘앗’에 관형사형 ‘-을’이 붙고 그 아래 사람을 뜻하는 ‘이’가 붙어 ‘앗을이’가 되고 이 말에서 ‘아사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서로 빼앗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뒤엉킨 모습이 마치 무법천지와 같아 ‘아사리판’이라 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불교에서 덕망이 높은 스님을 ‘아사리’라고 하는데 ‘바른행(正行)’, ‘모범이 되는(軌範)’ 등의 뜻이다. 궤범사(軌範師)는 계사(戒師)라 하여 출가하여 계를 받을 때 이들을 인도하는 스승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아사리는 수계, 교수 등 5종의 아사리와 삭발, 출가 등 6종의 아사리가 있는데 계단(戒壇)을 설치해 여러 명의 출가자가 수계식을 할 때는 11명의 아사리가 행사를 이끌게 된다.
아사리판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은 수계식에 참여하는 수백여 명의 출가자와 11명의 아사리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많은 승려와 신자들이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고 생겨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