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와 시장`군수도 기후 정의 우선해야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전환연구소’, ‘기후총선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기후변화센터’ 등에서는 “2030까지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오는 총선은 기후선거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모든 정당과 후보자들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비전과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월 7일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을 인재영입하고, ‘기후 미래 택배’ 등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기후환경 전문가인 박지혜 변호사를 첫 영입인재로 발표했다. 박변호사는 기후씽크탱크인 사단법인 플랜 1.5의 전 공동대표이자 현직 변호사이며 환경소송 전문기관인 ‘녹색법률센터’ 상근 변호사로 일했다.
박 변호사는 “기후위기 대응은 지구를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RE100 등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 일자리 문제와도 직결되는 핵심 의제”라며 “윤석열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을 정상화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기후 정치의 장을 열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의 공약은 대부분 개발 등에 치우쳐 있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탄소 중립 등에 대한 내용은 미미하다.
민주당 장성, 영광, 함평, 담양 지역구 예비후보로 나섰던 후보들의 공약에도 탄소중립과 기후위기에 대한 공약은 보이지 않았다. 오는 총선을 계기로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와 시장`군수 선거도 치적사업 등에 치우친 공약을 내건 후보가 아니라 기후공약과 기후정의를 실현하려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더웠던 2023년, 더 뜨거워질 한반도>
안토니오 구테후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되었다”며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와 영국 기상청이 ‘2024년이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 공감을 표하며 세계지도자들의 자각과 반성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기상관측망이 전국으로 확대된 1973년 이후 2023년은 역대 가장 더운 달이 1월, 3월, 4월, 5월, 6월, 9월, 11월, 12월 등 여덟 달이었다고 한다. 부산에서는 102년 만에 3월 벚꽃이 피었고, 11월에는 김해의 낮 기온이 30도까지 올랐다.
3월 꽃샘추위가 4월에 닥치면서 벚꽃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고, 복숭아 농사를 짓는 장성군 농가에서도 복숭아 꽃이 서리에 얼어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 5월에는 강릉의 한낮 기온이 35.5도까지 올랐는데 이러한 현상은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여 나타난 엘니뇨 현상의 하나다.
2024년 2월 21일과 22일에는 남쪽에서 홍매화가 피는데 강원도에는 1미터 가까운 폭설이 내리고 수도권에도 10센티가 넘는 눈이 내렸다. 기후 위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다.
올해 벚꽃 축제는 3월 22일에 개막하게 되는데 예년 4월 1일 개막에 비하면 1주일이 빨라진 셈이다. 매년 20여 만 명의 관람객이 찾은 안동의 암산 얼음 축제는 올해 얼음이 얼지 않아 축제가 무산되었다.
조천호 박사는 “한반도는 사계절이 뚜렷한 곳으로 지구 온난화에 따른 영향이 가장 늦게 나타나는 곳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서부지역과 호주와 남유럽 등 기온이 항상 일정한 곳 또는 늘 여름 날씨인 열대지방처럼 자연적인 변동 폭이 작은 곳에서는 기후변화의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폭우와 폭염 그리고 산불이 몇 달씩 이어지고 있다. 자연적인 변동 폭이 작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이다”고 했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기후변화가 느껴질 정도면 이미 지구는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이다. <기후정치바람>이 2023년 12월1일부터 27일 동안 전국의 1만7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기후정의를 실천하고, 기후공약을 내세운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기후유권자’가 60대 이상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전남과 광주가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녹색환경연구소 이유진 소장은 “60대 이상이 어렸을 때의 기후와 비교해 달라진 것을 체감하고 있고, 광주지역 최대 상수원인 주암댐이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 316일 동안 가뭄을 겪었으며 전남지역은 이상 기후로 농업 피해가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식량 전쟁이 머지 않았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협약 때 국제사회가 이번 세기말(23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의 온도보다 1.5도 이내로 제한하자고 합의하였다.
그런데 유럽연합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카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는 2023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지키기로 한 1.5도가 10년도 안돼서 깨져 버린 것이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구가 지옥으로 가는 관문이 열렸으나 총선은 여전히 개발 공약으로 얼룩졌다”고 비판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185개국에서 760만 명이 참여한 사상 최대의 기후 파업과 연계해 청소년, 환경, 인권, 노동, 농민, 종교, 여성, 동물권 등 각계각층의 시민사회운동단체와 개인으로 구성된 연대기구다. 특히 경남지역은 삼천포 화력발전소 등 14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어 경남지역 환경단체가 연대해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을 발족하였다.
현재보다 지구 온도가 평균 1도가 더 상승하면 세계 곡물생산은 최소 10%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인구가 급증하여 20~30년 후에 지구인구는 현재보다 20억 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쟁 또는 일시적 가뭄에 따른 흉년이 아니라 지속적인 식량부족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2018년 기준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47% 정도로 곡물만을 따지는 곡물자급률은 23% 정도이며 쌀만은 거의 100%에 육박한다. 식량위기는 식량확보를 위한 전쟁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선진국에서는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식품 과학의 발달로 굶어 죽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인구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는 식량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안정적인 식량생산을 위해서는 지구환경을 더 이상 최악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맛없는 과일, 강수량의 증가>
지난해 늦은 서리로 인해 복숭아 꽃이 냉해를 입어 복숭아 재배 농가가 큰 피해를 보았다. 예년보다 많은 가을비는 사과 등 가을에 수확하는 과일의 당도와 품질을 떨어뜨려 농가 소득이 예년의 절반으로 줄어들게 했다.
2023년 강수량은 1746mm로 평년 1193mm~1444mm와 비교해 1.3배를 기록했다. 특히 12월에 내린 102mm는 평년 대비 3.8배에 달했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록스트롬 교수는 “올해는 폭염, 가뭄, 홍수, 화재, 해수온 이상 등의 강도 측면에서 충격적”이라며 “세계가 지구 온난화를 막는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온난화 속도가 가속화되었다”고 말했다.
세계기상기구는 2023년에 이어 2024년도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구는 더워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뜨거워지고 있다.
인간의 온도는 36도에서 37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지구의 온도는 인간의 체온으로 비교하면 38도가 되었다. 38도 이상이면 고열이라고 하는데 해열제를 먹어야 하고, 그래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야 한다. 체온이 39도가 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체온이 39도가 지속되면 뇌손상이 오고, 장기가 상하게 된다. 지금 지구의 체온은 38도이고, 이대로 가면 20년 이내에 지구의 온도는 39도가 될 것이 확실하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민간의 노력은 다양하다. 플라스틱 사용 안 하기, 전기 아껴쓰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1회용컵 사용 안하기, 화장지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등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입법 등이 아니면 탄소중립과 지구 온도 1.5도 지키기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2023년부터 ESG(친환경, 지역특화, 주민참여)축제에 대한 지원 등을 시작했다. ESG 축제장에서는 1회용기 사용을 억제하고, 불꽃놀이를 하지 않으며 축제장에 입장할 때 자전거 또는 전기자동차를 타고 입장할 때는 입장료 감면 등의 혜택을 준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입법과 조례제정도 탄소중립을 위해 시급히 실천해야할 과제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월16일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에 신경쓰지 않으면 산업경쟁력을 스스로 약화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의원의 지역구인 장성군에서는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태양광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성군 조례로 수상태양광 설치 불가와 함께 도로와 주거지에서 이격거리 제한이 심하기 때문이다.
장성군의 여러 축제에서도 친환경축제를 위한 시도는 거의 없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모두가 죽음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탈 날이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