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자가 만난 사람들 (2)
고기자가 만난 사람들 (2)
  • 고영진 기자
  • 승인 2024.05.08 10:00
  • 호수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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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교육지원청 ‘맘(Mom, 心)-품 지원단’ 주혜원, 이미란 멘토
좌측부터 주혜원, 이미란 멘토
좌측부터 주혜원, 이미란 멘토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보호가 필요한 학생에게 따뜻한 엄마의 품을 내어준 두 명의 멘토를 만났다. 장성교육청 wee센터 맘-품 지원단 주혜원, 이미란 멘토다.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친구 같은 주혜원 멘토

-품을 처음 접한 건 우리 아이의 가정통신문이었어요수도권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과 함께 장성에 정착한 주혜원 멘토는 통신문을 부여잡고 생각에 잠겼다. 생업에 바쁜 부모님 밑에서 외동으로 자란 그녀는 나의 유년 시절을 떠올려보니 보호자의 포근한 품을 그리워하는 누군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온정의 손길이 필요한 친구에게 사랑을 베풀고 싶다며 맘-품 지원단을 지원했다.

장성교육청 학교지원센터 소속 강지희 상담사의 소개로 그녀는 할머니를 모시는 부모님과 산 아래 작은 보금자리에서 00이를 처음 만났다. 매주 변함없는 따스한 마음으로 함께 시간을 보낸 지 1년이 되던 해, 그녀는 예전부터 스스로 원하는 것조차 눈치 보며 입을 꾹 닫고 있는 00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 순간 깨달았어요. 00이는 외적 지원과 더불어 내적으로도 건강히 자립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길러줄 도움이 필요하단 사실을요

그녀의 진심이 통했을까. 00이는 후원을 통해 약 1년에 걸친 심리상담으로 자기 의사를 자신 있게 건넬 수 있는 학생으로 성장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그녀에게 어느 날 00이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감사로 표현했다. “이제껏 제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주셨어요. 저도 선생님처럼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진심을 00이 스스로가 그녀에게 건넨 그 순간 그녀는 하염없이 뜨거운 눈물로 답을 대신했다.

고기자가 00이의 최근 근황에 관하여 묻자 그녀는 기쁜 표정으로 제가 청소년 상담 공부의 시작을 망설이던 이야기를 듣고, 00이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자신은 50-60대까지 무기력하게 살았을 것 같다며 앞날이 밝은 40대인 선생님의 시작을 응원해줬다.”

햇수로 4년 차 멘토의 따스한 사랑을 듬뿍 받은 멘티는 어느새 멘토의 듬직한 멘토가 되었다.

 

언제나 따뜻한 햇살 같은 이미란 멘토

직업군인 남편과 장성에 정착한 이미란 멘토는 자녀가 재학 중인 중앙초에서 맘-품 지원단을 처음 접했다. 관심은 있었으나 선뜻 나서지 못했던 그녀는 다음 해에 지원단에서 활동 중인 한 멘토와 대화를 나누다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우리 아이와 마주한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멘토의 말을 곱씹으며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버스도 드문드문 다니고, 그 흔한 슈퍼 하나 없는 산 아래 작은 집에서 그녀는 한 남매를 2021년에 처음 만났다. 할머니를 모시고 투정도 부릴 줄 모르던 남매와 그녀는 유대감을 쌓기 위해 아이들과 읍에 나와 필요한 옷과 생필품을 구매했다.

그날 신발 가게에서 있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해요. 아이에게 신발 치수를 물어보니 쭈뼛하고 아무 대답 없었어요. 가게 주인이 치수를 확인하기 위해 뒤집어보니 다 닳아 없어져 버렸던 거죠. 여러 켤레를 가져와 신겨보니 230mm가 맞았어요. 작은 신발에 여태 자신의 큰 발을 욱여넣고 불편해도 참고 신었던 거죠.”

꾸준히, 오랫동안봉사하고자 했던 그녀의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그녀의 이웃들도 남매의 소식을 전해 듣고 따뜻한 손길을 건넸으며 가족들도 고마워했다. △△이가 전해준 학예회 초대장을 들고 등장한 그녀의 모습에 △△이의 움츠러진 어깨가 당당히 펴졌다. 코로나 시기 △△이의 졸업식에 그녀는 가장 큰 꽃다발을 건넸다.

멘토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덕분일까. 동생 □□이는 전교회장과 영재교육을 받으며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감탄했어요. 올바로 자라줘서 너무도 고맙구나.”

어린 줄만 알았던 남매는 여느 때처럼 할머니의 건강을 걱정하고 또 온정을 베푼 멘토에게 감사를 표현할 줄 아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청소년이 되었다.

두 멘토의 삶을 취재하며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들 모두 자신들이 건넨 손길을 놓지 않고 잡아 준 아이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각박한 현실 가운데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찾아낸 우리 친구들이 자랑스러워요.”

인터뷰 처음부터 끝까지 각자의 멘티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현한 두 멘토의 모습에 희망이 생겼고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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