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 사암연합회장 창진스님 ‘부처님 오신날’ 특별 인터뷰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장성군 사암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창진스님(금계사 주지)을 만나 부처님 오신날의 의의와 이 시대에 불교도가 가져야할 가치와 태도 등에 대해 물었다. 창진스님은 “인간의 탐욕이 극에 달해 있다. 이 탐욕이 결국 인류를 파국으로 몰아갈 것”이라며 “이제는 발전이나 발달이 아닌 멈춤이 절실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는 5월 15일은 부처님 오신날입니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은 무엇인가요?
그건 한마디로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이죠. 불교는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을 갖고 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할 뿐만 아니라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가 다 평등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계율 중에 첫 번째가 살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평등하다는 것은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며, 공존하고 상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로 공경하는 마음과 태도로 살아간다면 전쟁도 없을 것이고, 자연에 대한 파괴도 없을 것입니다.
인류는 지금 전쟁, 기후 위기 등 존망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2300년 대는 지구에서 인류가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고, 해결방안은 무엇인가요?
지금의 위기는 인간의 탐욕이 빚은 결과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인간의 번뇌는 탐진치(貪瞋痴) 삼독에 의해 일어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특히 욕망의 끝인 탐욕이 인류를 멸망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모두가 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탐욕과 어리석음이 만들어낸 것이죠.
인류는 지금 과학 문명이 최고로 발전해 있습니다. 인공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할 정도입니다. 과학의 발달도 멈추어야 한다는 뜻인가요?
과학의 발달은 인간이 편리하고 싶은 욕망이 낳은 이기적 산물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화석연료입니다. 우리는 화석연료를 통해 산업화를 이루고 자동차와 기계 등 인간의 편리를 위한 도구들을 생산했습니다. 하지만 그 화석연료가 지구의 평균온도를 높이고, 기후위기를 초래하였습니다. 이젠 발달이 아닌 멈춤과 돌아봄이 필요한 때입니다.
멈춘다는 것은 불편함을 가져오고, 국가 간의 경쟁에서 뒤지게 됩니다. 그래도 멈추어야 한다는 것인가요?
지금 인류는 ‘잘사냐 못사냐’가 아니라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비유경에 말하기를 길을 걷던 사람이 성난 코끼리에 쫓겨 우물로 피해 급하게 칡넝쿨에 매달려 정신을 차려 아래를 보니 바닥에는 무서운 독사가 있고, 위에는 성난 코끼리가 아직도 지키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흰쥐와 검은 쥐가 칡넝쿨을 갉아먹고 있는데, 문득 칡꽃 향기 속 꿀벌에서 떨어지는 꿀맛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인간의 모습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흰 쥐와 검은 쥐는 밤과 낮을 상징하는 것으로 꿀이라고 하는 인간의 욕망이 곧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망각하게 한다는 것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지금 지구와 인류가 이런 상황입니다. 이대로 가면 100년 후 지구에는 인류는 물론 대부분 생명이 살 수 없는 화탕지옥이 될 것입니다.
멈추라는 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그리고 멈추기 위해 사람들이 실천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인간은 지구가 자기들의 소유물처럼 함부로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도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에 불과합니다. 동양철학에서는 음양오행으로 생명과 현상을 설명하고있습니다. 인간이 수,목,금,토,화 오행의 질서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석탄연료의 사용과 오염물질의 방류로 수(水)가 깨지고, 수가 깨지니 흙이 오염되어 토(土)가 무너집니다. 토가 깨지면 목(木)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렇게 우주와 자연의 질서가 파괴되면 결국 인간도 살아갈 수 없는 것입니다.
편리함보다 불편함을 택해야 합니다. 그것이 건강에도 좋습니다. 그리고 절약해야 합니다. 물과 전기는 물론 음식도 남기지 않는 생활 습관이 필요합니다. 인간이 불편할수록 지구는 물론 다른 생명이 공존할 수 있습니다.
불교신자는 물론 재가자들이 꼭 실천해야 할 덕목이랄까, 그런 것이 있다면 무엇을 꼽으시겠습니까?
출가한 사람들은 구족계를 받고 재가 불자들은 오계(五戒)를 받지요. 살생하지 마라, 도둑질하지 마라, 거짓말하지 마라, 삿된 행을 하지 마라, 술이나 약 등 정신을 혼탁하게하는 것을 먹지 말라는 것입니다. 계율은 스스로에게는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이웃과는 함께 살아가는 약속이며 질서를 지키는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함부로 죽이고, 지나치게 먹고 마시며, 삿된 행동에서 쾌락을 얻으려고 합니다.
“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그만둘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지족불욕 지지불태)”는 말이 있지요. 지금 이 시대에 더욱 절실한 가르침입니다.
의상대사께서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便正覺)이라고 하셨는데 스님께서 생각하시는 초발심은 어떤 마음입니까?
처음 출가할 때의 마음은 욕망과 이기심 등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을 그대로 계속하면 곧 정각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지요.
학생들이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 단단한 각오를 하고, 부부가 결혼할 때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합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시간이 흐르면 변하고 퇴색하지요.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출가했을 때 처음 마음을 일으킨 신심을 지켜가는 거지요. 초지일관이라는 말도 있지않습니까? 처음 출가할 때의 그런 마음이 지속되면 깨달음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지요.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불교신자는 물론 장성군민들에게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덕담 한마디 하시지요.
처처불상(處處佛像 事事佛供). ‘곳곳이 부처님이오, 일마다 불공’이라. 우주만물을 부처라 여기고, 하는 일마다 불공이라 여기라. 성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