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자가 만난 사람들 (7)
고기자가 만난 사람들 (7)
  • 고영진 기자
  • 승인 2024.06.11 10:30
  • 호수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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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꽃을 심고 맨발로 걷는 이유
장성중학교 김진모 교장
학생들과 황톳길 맨날 걷기 중인 김진모 교장
학생들과 황톳길 맨발 걷기 중인 김진모 교장

오늘날 환경교육은 단순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올바른 분리수거 배출에 그치지 않고 자연으로부터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는 감성적 능력인 생태적 감수성의 함양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 어느 것도 내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을 교훈 삼아 오늘도 학생들을 위해 운동장에 꽃을 심고 가꾸는 선생님이 있다. 장성중학교 김진모 교장이다.

김진모 교장은 무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마을 앞 갯벌에서 맨발로 뛰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 나이가 되었네요라며 홀로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20대 청년이었던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양동시장 그릇 가게에서 새벽부터 부지런히 일했다. 가족을 부양하던 중 그는 해병대에 입대하여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

국방의 의무를 마친 김진모 교장은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다섯 살 터울의 막내동생과 함께 27살의 늦은 나이에 순천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입학하여 1991년 교사임용시험에 합격했다. 31살 국어교사로 고흥 녹동 어촌에 첫 발령 받은 그는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환경 보호 교육을 고민하며 학생들에게 자연을 친밀한 대상으로 느끼며 교감하는 환경 보호를 실천했다. 고흥 녹동, 신안 하의도, 무안, 목포와 같이 바다에 인접한 지역에서 25년 동안 근무하며 아동센터, 다문화센터, 요양원에 연락해 사용연한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교체하는 학교 기자재를 학생들과 함께 깨끗이 닦아 기증했다. 또 쓰레기를 주우며 산책하는 플로깅이 익숙하지 않던 그 시절에 해변의 쓰레기를 정화하는 활동을 학생들과 몸소 실천했다.

작년 9월 장성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그는 삭막했던 학교 분위기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인조 잔디와 콘크리트 건물 사이에 갇혀있는 학생들이 안타까웠던 그는 지난 25년의 경험에서 비롯된 자연과 오감으로 직접 마주하는 생태적 감수성을 교내 환경 정비에 적용했다. “콘크리트, 벽돌, 고무로 둘러싸인 학교 운동장 한편에 황톳길을 만들었어요. 황토를 맨발로 걸으며 촉감을 느낀 학생들은 친구와 어울려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요즘 인근 지역 주민도 찾아와 걸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명소죠라며 황톳길이 주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말했다.

황톳길 조성에 이어 김진모 교장은 기존에 휑하던 교내 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는 해바라기, 조롱박과 수세미, 백합, 튤립, 프리지어, 양귀비와 같이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꽃을 홀로 묵묵히 심었다. 매일 아침 회색 작업복을 입고 몸소 화단을 가꾸는 김 교장의 모습을 보던 학생들은 평상시와 달리 꽃밭에 떨어진 공을 찾으러 갈 때마다 꽃을 소중히 대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아이들에게 주의 시킨 적은 없습니다. 항상 체육 활동으로 훼손된 꽃은 있었으나 그 자리에 언제나 또 다른 꽃을 심어놓으면 공을 주우러 가던 아이들도 자연스레 자신의 발걸음을 살핍니다라며 당부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자연을 소중히 대하는 모습을 전했다.

생태적 감수성을 전하는 김진모 교장의 노력을 따라 오늘도 장성중학교 학생들은 자연에서 삶을 배운다. “송무백열이란 말을 아시는지요. ‘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무가 기쁘다란 사자성어입니다. ‘두 종류의 침엽수가 함께 공생하여 하나의 아름다운 숲을 이룬다는 뜻이죠. 천혜의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이곳 장성에서 우리 친구들이 상생과 존중의 원리를 자연으로부터 배워 미래를 준비했으면 합니다라며 학교 비전에 담긴 생태적 교육관을 설명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오늘도 화단에 물을 주며, 황톳길의 쓰레기를 줍는 김진모 교장은 자연이 모든 생명체를 소중히 다루듯, 학생들이 각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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