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은 어느샌가 우리의 ‘일상언어’가 되었다. 최근 개최된 학술포럼 주제들만 나열해 보더라도 인구소멸에 대응하는 지역활성화라는 단어는 지역을 이야기할 때 어느샌가 빠져서는 안되는 키워드이자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전제조건처럼 느껴진다. 같은 선상에서 각 정부 부처와 지자체는 인구소멸을 막기 위한 ‘지역 먹거리’를 해결하고자 다차원적 정책을 동시에 펼쳐나가고 있다. 인구소멸 해당 지자체는 인구감소지역대응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지역성을 반영한 전략적 모색방안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TF팀을 꾸려 돌파하고자 한다. 이렇듯 인구소멸을 막기 위해 투입되는 예산과 대외적 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정부와 지자체는 인구소멸과 지역복원 주요 방법의 하나로 청년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지역은 지역을 성장시키기 위한 막대한 사업자금과 기획적 아이디어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지역 활동가를 길러야 한다는 원론적인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청년이란 지역을 기회의 공간으로 해석하고, 불꽃같은 열정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자를 말한다. 우리지역 곳곳에서는 청년들의 활동을 증진하기 위해 다양한 마중물 사업을 제공하고 있다. 청년활동을 지원하면 지역은 금방 활기를 되찾을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하는 양가적 상황들이 공존하지만 말이다.
인구소멸 핵심주체인 청년들의 역량 발휘를 위한, 그 환경은 아주 제한적이다. 일단 사업비가 투입이 된 이상 지역 부흥에 대한 주체자로서의 기대심리가 청년들에겐 부담으로 작용된다. 또한 지역은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다각적인 이해관계와 범주를 갖고 있어 청년들이 활동할 때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도시보다 훨씬 많다. 청년들이 활동을 펼쳐나가는데 고민을 털어놓고 유기적으로 연대, 실험을 할 수 있는 외부 환경이 형성되지 않은 여건 속에서 청년들의 개별적 역량만을 기대하는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이에 미국 여성학자이자 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활동가를 길러내기 위한 역량 조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활동가의 ‘내적역량’이 온전히 발현되고자 한다면 정치적·사회적·경제적 환경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결합역량’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지역은 청년들의 활동이 개별적 역량으로 개별화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지역민의 사업 주도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외부자금 덕택에 지역 외부 혁신적 민간 그룹이 만들어 낸 몇몇 사례가 전부를 대표하는 것처럼 언급될 뿐이다. 그만큼 주민주도 사업이 어렵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다. 지역은 지역 청년 역량을 길러내는 것에 어떤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어머니의 품과 같이 ‘사람을 목적으로 대우하라’는 역량접근법의 원칙을 지키며, 청년활동을 증진하는 여건과 더불어 청년활동 환경적 요인을 증진하는 여건을 동시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청년들 또한 이곳을 기회의 장소, 단순 물질적 가치로 치환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일궈나가는 장소로 인식하고, 주변과 함께하고자 하고자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청년들 스스로 연대할 수 있는, 이들의 내적, 결합적 역량을 증진해 줄 수 있는 비빌언덕이 우리지역에 있다면 금상첨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