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라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당면한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에 관심이 많다. 지역에서 생겨나는 일은 주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와 편안하고 안전한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결코 좌시할 수가 없다. 그러나 지역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자 한다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도 모르고, 동시에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해서 늘 우왕좌왕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
지난 9월 11일, ‘광산구 농업농촌 활성화방안을 위한 광산마을 이슈 포럼’이 광주 광산구 본량동 더하기 센터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포럼을 주관한 광산구도시재생공동체센터는 주민참여에 기반을 두고 마을공동체, 주민주도 자치 공동체, 마을 정책 발굴 및 사회적경제 육성 등을 주제로 지역발전을 꾀하고자 하는 중간 지원조직이다. 이번 포럼은 구자인 일소공도협동조합 마을연구소장과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주제 발표를 하고 다섯 명의 구의원, 네 명의 주민자치회장, 다섯 개 동장이 종합토론에 참여하였다. 이번 포럼은 광산구 농촌지역이 직면하고 있는 고민을 함께 공유하고, 현실적으로 지역발전 개선 방향 등을 공론화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연구자, 지역 활동가, 지역주민, 행정 등 지역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큰 성황을 이루었다. 본 고는 구자인 소장의 발표문에서 읍·면 발전계획에 대한 필요성과 중간지원센터가 민관협치를 통해 발전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 우리나라 농촌, ‘불균등 발전’의 역사와 마을만들기의 등장
수도권이나 대도시 중심으로 추진된 우리나라 경제성장 정책은 농촌의 이촌·탈농으로 마을 과소화와 주민 고령화 등의 사회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국가 불균등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농촌사회 면제의 화두로 농촌주민의 인간다운 삶,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농촌의 마을만들기사업은 농촌주민이 지역의 주인으로서 자기 지역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 해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방법을 논의하는 주민 주도적인 사업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마을만들기사업은 주민이 ‘주체’로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여전히 관 주도적인 지자체 사업에 참여하거나 형식적으로 협조하는 ‘대상’으로 머물러 있는 수준에 있어 보다 전향적인 방향모색이 필요하게 되었다.
❍ 주민이 직접 만드는 읍·면 지역 발전계획의 필요성
이제 농촌의 문제는 ‘누가’, ‘어떻게’, ‘구조적 문제’를 극복해 갈 것인가라는 화두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비전’과 ‘목표’는 어떻게 찾아갈 수 있을 것인가? 까지 확장되었다.
그동안 마을이나 지역사업 유치하면서 수많은 발전계획이 수립되었지만 대부분 구태의연한 사업계획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즉 주민 주도적인 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외지의 전문가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수립된 경우가 대부분이며,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주민 설문조사나 공청회 등 형식적인 작업의 수준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마을이나 지역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사업 내용에 맞춘 예산집행 계획에 불과하니 일회성 사업계획으로 사업이 끝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감동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험을 통해 지역 현안은 지역에서 생계와 가정을 꾸려나가는 주민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지자체의 이해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권역별 현안을 발굴하고 지역발전 계획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그 계획을 단계적으로 실천해 나가려면 특별한 교육과 다른 차원의 현장경험,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역 발전계획 수립을 하고자 한다면 우선 면·리 단위 주민 주체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때 지역 발전계획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지역 발전계획 수립하고 실천할 수 있는, 그리고 주민 대표성을 갖기 위한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아직 주민 대표자가 있지 않거나, 조직화 되지 않았거나, 지역전문가로서 소양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이를 위한 주민 역량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주민 대표자들과 주민자치회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읍·면 발전계획을 수립해 가면 된다.
지역 발전계획을 수립하려면 지역의 의제를 모으기 위한 다양한 워크숍이 필요하다. 공동학습회, 주제별 간담회, 종합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내부 학습을 통해 지역 중장기 방향과 우선 과제를 도출한다. 이때 과제 실천을 위한 시범사업 계획도 동시에 수립되어야 한다. 이후 공동실천 단계에서는 시범사업을 주민들끼리 시행을 함으로써 대내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함과 동시에 지자체와 정책환경 조성 파트너로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실행계획을 지역에서 구현하는 과정 속에서 주민들은 자연스레 역량이 축적될 뿐만이 아니라 지역민의 존엄성,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게 된다. 추진 과정이 아무리 미숙하고 그 결과가 미흡하다고 하더라도 주민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평가되어야 한다.
❍ 주민들이 행복한 민관협치
주민이 주도하는 지역사회 발전의 목표는 정책과 현장 사이의 현격한 차이를 최대한 좁혀서 정책의 효능감을 확대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지역 정책발굴 과정에서 주민의 꿈과 희망이 충분히 그리고 적절하게 담길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주민의 주도적인 참여는 정책과 현장의 괴리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자 지속적인 지역발전의 기반을 조성하는 지름길이다.
이번 포럼은 그동안 중간 지원조직 광산구도시재생공동체센터를 중심으로 광산구 동별이 마을계획, 미래 발전계획을 수립하였고, 그 과정에 직접 참여했었던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인 현장이었다. 현재 광산구 주민자치회 마을계획 11개 동과 동 미래 발전계획 11개 동 수립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 공동체센터는 전담 팀을 편성한 뒤 동별 지원 방향을 수립하고, 마을별 워크숍을 주기적으로 진행 중이다. 마을계획과 미래 발전계획이 수립된 다음 로컬브랜딩 마스터플랜이 후속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주민들은 마을 의제를 발굴하고, 공론화하고, 마을계획과 미래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 속에서 주민자치회와 마을공동체는 성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일련의 체계적인 과정은 궁극적으로 민관협치의 완성도를 높일 것이다. 단순히 마을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절대 안 된다. 구체적 실행으로 옮겨지기 위해서는 행정과 지역의 대표성을 지닌 주민과의 관계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즉 행정은 예산집행에 따른 관리 감독자가 아니라 지역민이 마을의 정주환경과 삶의 질을 스스로 개선할 수 있도록 끝에서 지원하는 파트너로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지역주민들의 꿈과 희망을 자기 손으로 구현한다는 것은 지역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지역 정책의 효능감 향상과 주민들의 실행력 확보를 통해 지역민들의 함양될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면·리 단위 지역 발전계획을 수립하고자 한다면 문제 제기와 합의 형성 그리고 공동실천 단계로 진행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쉽게도 장성군은 마을만들기센터와 같은 공동체 중간 지원조직이 아직 없다. 그러나 현존하는 주민자치회나 주민자치 위원회와 함께 단계적으로 읍·면 발전계획을 추진해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