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앵커조직 설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해수부의 ‘어촌활력증진사업’은 보다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앵커조직을 육성하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있으며, 농식품부의 일반 농산어촌사업, 국토부의 도시재생사업, 문체부의 문화도시사업 등 사업기간 동안에 발굴되었던 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방안으로 주민 주도적인 앵커조직의 형태가 제시되고 있다.
앵커조직은 중간 지원조직보다 더 지역과 마을에 밀착하여 사업을 이끌어가는 핵심 민간 조직이다. 앵커조직은 정부 사업의 후속 차원에서 꼭 설립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장 기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앵커조직의 이상적인 모습은 주민들 스스로가 노력해서 형성하는 네트워크 형태로 비영리법인이며, 사업 완료 후에도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라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앵커조직은 지역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건강한 주민들이 많이 있을 때 구현될 수 있는 형태를 의미한다. 본 기고문은 마을학회 일소공도에서 발행한 12번째 ‘마을’편에서 언급된 앵커조직을 소개하고, 우리 지역의 필요성에 대해 비교 점검해 보고자 한다.
❍ 지역 실행조직, 앵커조직이란?
학술적으로 앵커조직이란, ‘농촌사회에 기반을 둔 읍면 단위에서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 구조를 만들어 가며, 행정과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는 비영리 성격의 법인’이라고 규정을 하고 있다. 앵커조직은 단어 그대로 지역사회에 기반인 닻(앵커)을 내리듯 자기 지역에 밀착하여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활동을 실천하는 조직이다. 앵커조직은 지역의 행정 편의주의에 기조를 두고 있는 기존 관변단체가 아니다. 지역과 주민의 대표성을 띠며,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생산해 내고, 고유한 가치를 자율적으로 실천하는 단체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A면은 취약계층을 위해서 무료 세탁 서비스를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동네 빨래방 ‘시골빨래터’를 운영하고자 한다. 이때 시골 빨래터를 운영할 사람들은 외부 용역사가 아니라 면에서 활동하는 앵커조직이 자율적으로 수행하면 된다. 혹시 앵커조직이 없다면 신속하게 조직을 육성한 후 빨래방 업무를 이 앵커조직에 이관하면 된다.
❍ 앵커조직, 우리 지역에 필요할까?
읍면에 자치 단체가 있다고 하더라도 앵커조직은 별도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의 의사결정기구로 대표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실제 실행할 상근자는 대부분 없는 형태이며, 행정업무를 집행하는 간사 1명으로만 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주민자치회나 위원회는 지역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본업을 제쳐놓고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주민자치회는 지방자치법에 명시하는 법정단체로서 지역의 의제를 발굴하고, 서로 숙의해서 사업을 결정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대신 앵커조직은 공유재산관리법 관리위탁, 혹은 사용 수익허가에 따라 행정의 소요 공간을 운영하며, 주민자치회와 함께 지역발전을 위한 현장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다. 그리고 앵커조직은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남으로써 지역의 시급한 의제를 보다 폭 넓게 확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영광군 묘량면의 여민동락공동체 사례를 살펴보면 영광군 묘량면 묘량중앙초등학교는 2009년 폐교 대상으로 확정되었다. 이때 지역의 폐교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주민들이 ‘여민동락’이라는 공동체를 만들고, 스스로 앵커조직이 되어 학생 등하교를 책임지는 것이나 방과 후 교육활동과 같은 필요한 활동을 해결해 나갔다. 그 결과 2009년 8월에는 12명이었던 학생은 10년 뒤 102명으로 증가하였다. 이처럼 앵커조직은 지역의 숙원사업을 행정과 함께 실행함으로써 정책 효능감을 고조시킴과 동시에 현장 목소리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해결하는 직접적인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 앵커조직,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까?
앵커조직은 지역과 주민의 대표성을 확보하며, 지역 일을 실행에 옮겨줄 수 있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 이전까지 농업 관련 사업을 추진할 때는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실행하였다. 영농조합법인은 농업 정책사업을 통해 수없이 만들어졌지만 공공성에 대한 논란이 늘 문제로 지적되었다. 사업 추진을 위해 만들어진 무슨 무슨 추진위원회 또한 임시방편적인 모습에 불과하였고, 사업이 끝나고 나면 소리소문 없이 해체되어 사업 종료 후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앵커조직은 주민 자치운동 차원에서 스스로 활동하기 때문에 특정 사업이 끝나더라도 지역의 지속적인 발전을 꿈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앵커조직은 끊임없이 학습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정책사업을 계기로 행정과 용역사로 인해 수동적으로 설립된 조직이거나, 자체 수익사업은 등한시 하며 보조금에만 의존하려는 조직은 앵커조직에 적합하지 않다. 전문성을 키워나가기 위해 학습하는 앵커조직은 단순하게 사업을 집행하는 조직에서 벗어나 스스로 성장하고, 자체적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앵커조직은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기존의 단체와 경쟁하는 방식보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이어 나가는 협력적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 지역 청년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앵커조직을 기대하며
지역사회와 행정은 읍면 단위 지역소멸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으로써 앵커 조직 육성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앵커조직에 주목해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성 중 하나는 현재 읍면 단위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추진되는 지역사업을 지속적으로 이끌고 나갈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공공조직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이에 앵커조직은 지역 발전에 대해 사명감과 애정을 갖고 있는 청년들을 지역을 활성화 시키는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다.
주민의 주요 생활권은 읍면 소재지이다. 읍면 인구가 줄어들고 거점도시의 역할이 쇠퇴하면 군 전체를 두고 정책을 펼쳐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 농촌에서 1차 소비를 포함한 모든 의제 단위는 읍면 단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발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읍면 기본단위 사업이 매우 중요하다. 읍면에서 정책을 펴고, 실행하고자 할 때면 다시 고령화와 인구소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면단위에서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을 꾀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도 지역에서 일할 젊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청년들이 지역 구석구석으로 들어가 봉사를 하며, 자기 사업을 개발하여 일자리도 갖게 된다면 지역 인구소멸의 문제도 적절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도 앵커조직을 통해 지역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었던 사업과 더불어 행안부 청년마을사업이나 문체부 문화적 지역활성화사업 등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앵커조직을 육성하고 이를 통한 지역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때 어떠한 형식이 되었던 간에 지역에서 활동하려는 주민들은 행정과는 협력 파트너로서 역할이 정립되어야 한다. 두 조직 관계에서 행정은 지역의 리더로서 지역 살이를 하는 민간 조직을 적극 장려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회’를 준다는 것으로 행정편의주의식 거수기 역할이나 주민동원의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절대로 금지되어야 할 사항이다.
우리 지역에서 큰 사업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농촌협약사업은 기 제출된 보고서를 수정 보완한 후 기본계획서가 승인되면 바로 실행될 것이다. 이와 함께 농촌재구조화 사업과 도시재생사업 또한 사업공모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역 활성화에 있다. 이러한 지역 분위기에 맞추어 ‘앵커조직’을 육성과 육성 이후 주민 주도적인 운영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군의 미래는 행정의 앵커조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주민의 주도적인 참여 의식이 강화되었을 때 우리 고장의 희망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