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장성읍 주민자치회가 개최한 주민총회에서 5개 중 4개 사업이 의결되어 2025년 주민자치 사업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총회는 18세 이상 읍 주민 1만1682명 중 1228명이 투표권을 행사했으며, 총회 전 사전투표와 현장투표를 합산한 투표율은 10.51%였다. 다만 주민총회 참여율은 저조해 당일 현장에 400여 명 정도가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면서 주민자치는 지속해서 위협을 받는 실정이다. 2023년 5월 배부된 행안부 주민자치 표준조례안(본지 <거꾸로 가는 행안부 주민자치 조례>), 주민자치회 위원 선정 전 6시간 교육 이수 의무화 폐지 시도(본지 <지방자치 30년, 머나먼 주민자치>) 등 자꾸만 관(官)이 주도하는 과거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주민자치가 위협을 받는 부분은 예산과 관련된 부분도 있다. 주민총회와 연관된 행사 예산은 고향사랑기금으로 마련된다. 고향사랑기금은 고향사랑기부금법 11조에 따라 민간경상사업보조 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다. 2024년 총무과의 군 세출예산사업명세서를 살펴보면 1억 2천만원이 ‘풀뿌리 주민자치 활성화 사업’ 예산으로 책정되어 있다. 작년 주민총회 안건으로 의결되어 올해 실시된 행사인 장성읍 대동한마당 개미장터는 총 예산 3,400만원 중 2,000만원이 고향사랑기금이다.
그러나 군 고향사랑기부금 조례 10조와 14조를 보면 이 예산은 군수의 권한이 막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이다. 특히 조례 14조 기금운용심의위원회의 구성은 전적으로 군수가 좌우할 수 있어서, 자칫하면 고향사랑기금이 군수의 선심성 예산으로 쓰일 수 있는 상황이다.
법적, 경제적 주민자치 위협은 결국 주민자치 행사 내실의 저하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2024년 1월 15일 군의회 행정자치위원회 356회 2차 회의록을 보면 주민자치회 행사들의 실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등장한다. 주민자치회의 독립성이 부족하고 주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위와 같은 여러 압박이 있지만, 희망적인 것은 아직 장성의 주민자치가 걸음마 단계라는 점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란 말이 있다. 장성읍 주민자치회는 2020년 주민자치센터에서 개편되어 2021년 첫 주민총회를 개최했다. 올해 네 번째 열린 주민총회는 개최 요건인 장성읍 18세 이상 주민 1%(약 120명) 이상의 출석률을 충족했다. 아직 주민자치라는 개념이 뿌리를 내리기에 4년은 길지 않은 시간이다.
주민자치회의 활동이 활발한 곳을 살펴보면, 광주 광산구 신가동 주민자치회는 매년 마을 의제를 주민들이 직접 선정하고 있다. 단순히 마을 의제 선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민참여예산 제안 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회와 구청에 사업 계획서까지 제출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 비아동의 경우 2023년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였던 조직을 ‘광주형 협치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통장단 등과 함께 주민자치회로 개편하고 전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를 살펴보면 주민자치회가 얼마나 독립적인지, 얼마나 많은 주민이 관심을 두는지가 활발한 주민자치를 좌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시작하는 장성의 주민자치는 어디로 가야 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