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자체는 많은 사람들을 지역에 불러들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지역에 사람이 많아지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지역주민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그 범위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인구소멸에 대한 키워드가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일시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인 생활인구까지 지역 인구의 일부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서 비롯된 ‘생활인구’는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방문객을 우리 지역의 ‘또 하나의 인구’로 환산되는 개념이다. 인구소멸 위기론에서 우선적으로 언급되는 농촌은 이제 얼마만큼의 외지인들이 우리 지역을 방문하고, 지역민과 교류하면서, 머무르는 동안 지역에 얼마만큼 활력을 높이는 지가 관건이다.
❍ ‘지역인구 늘리기’를 위한 다양한 전략
앞으로는 지역 인구를 늘리기 위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개발이 필요하다. 지역의 인구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지역에서 안고 있는 숙원사항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면 더 할 나위없이 좋다. 제주도 세화마을 질그랭이 센터는 제주도에서 방치되고 있었던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하여 숙박과 워케이션(work와 vacation의 합성어)과 함께 주민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생활인구를 넓혀나간다. 청주시 미원면 어암리는 기존에 있던 산촌생태마을 다목적회관을 활성화하고자 리모델링하여 은퇴자들이 거주할 수 있는 ‘은퇴자 마을’을 조성할 계획을 수립하였다. 지역의 골칫덩어리였던 수많은 유휴공간이 외지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로 탈바꿈되고, 그에 따라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부 지자체는 지역 권역사업의 문제로 다루어졌었던 유휴공간의 활성화 방안이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거북스럽게 고민하고 있는 ‘빈집’이라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빈집
농촌에서 거주하기 어려운 점으로 도시보다 덜 갖추어진 교육, 교통, 문화관련 기반시설의 부족함을 꼽는다. 특히 인간의 생존권과 맞닿은 안전에 대한 신뢰도는 주거지를 선택할 때 우선순위이다. 정부가 정의한 빈집은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은 주택이나 건축물을 칭한다. 2022년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 농촌 빈집현황은 6만 6천만채에 달한다. 전국 농촌에서 평균 다섯 집 중 한 집 꼴로 빈집인 셈이다. 빈집을 끼고 사는 주민의 입장에서 빈집은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우범지대나 위생상 유해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마을의 경관도 크게 훼손시키는 장애물이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완전히 철거를 해야하는 빈집은 전체의 60.5%, 그리고 수리해서 활용이 가능한 빈집은 39.5%로 평가하고 있다. 철거에 해당하는 60.5%의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식품부는 지자치단제장이 부적절하게 방치되어있는 빈집에게 ‘철거명령’을 내리고, 미 이행시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농어촌정비법」을 24년 7월 3일부터 시행하였다. 무방비한 상태로 방치된 빈집은 마을의 슬럼화를 가속화시키고, 지역 공동체의 이미지까지 훼손시키는 요소로 인구소멸 문제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 환골탈태 빈집, 지역의 새로운 자원이 되다!
농촌공간재구조화에 따른 빈집문제 해결방법은 빈집을 철거해서 정리하는 것 만큼이나 수리해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한 39.5%의 빈집의 유의미적 활용에 관심을 가지던 지자체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빈집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강진군은 농촌 지역의 빈집문제를 해결하고, 인구 유입을 도모하기 위한 일환으로 ‘강진품애(愛)’사업을 추진하였다. 집으로 활용이 가능하지만 사용되지 않은 빈집을 지자체가 나서서 리모델링을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리모델링된 집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만원이라는 조건으로 강진에서 살 외지인을 모집하여 입주시키고 있다. 즉 빈집을 인구 유입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한 것이다. 사업기간 동안 무상으로 빌려준 집주인은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방치되었던 창호·방수·외벽단열·도배·장판 등을 새롭게 단장하게 되었다. 집주인은 무상임대 기간이 끝나면 리모델링 된 집을 되돌려 받게 된다. 이 사업을 통해 현재 34가구 73명의 도시민이 강진군으로 전입해서 강진군민이 되어 ‘강진살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춘천시는 빈집을 주민의 일상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춘천문화재단은 시내 빈집과 빈 상가를 찾아서 문화공간으로 개조하는 ‘빈집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춘천시 또한 활용가능한 빈집을 집주인과 협의하여 무상임대하고, 시 지원금으로 임대 기간과 규모에 따라 리모델링을 제공하는 방식을 도입하였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춘천문화재단은 빈집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내 비어있는 공간 8곳을 도심 속 시민들의 문화활동 거점으로 전환하였다.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여 주민에게 제공하는 ‘인생공방 약사스테이’, 시민 커뮤니티 공간 ‘모두의 살롱’, 예술가 공동 창작 실험공간인 ‘괜찮은 작업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지역 인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일시적 방문 인구를 늘리고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차원에서 크고 작은 행사와 축제를 개최하거나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벤트화 하는 것도 분명 지역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인구소멸에 대응한 지속가능한 인구유입과 정주정책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방식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 지역은 우선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생활인구를 늘려나가야 한다. 생활인구의 인정적인 확보는 우리 지역의 빈집을 활용하여 외지인들이 우리 지역에 꼭 와야만 하는 요인을 마련해 주는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 지역의 잠재력을 보고 처음부터 우리 지역에 영구 이주하기를 결심하는 외지인이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올 수 있는 꺼리와 기회를 제공해 주어 우리 고장에 정이 들고, 지역 문화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고장이 광주광역시에 근접해 있다는 것은 생활인구 유치에 큰 강점이다. ‘5도 2촌(五都 二村)’이나 ‘4도 3촌(四都 三村)’과 같이 농사 반, 하고 싶은 일 반을 일컽는 ‘반농 반X’와 같은 정책을 쉽게 구현해 낼 수 있다. 빈집 활용을 통한 장성인구 증가정책이 아무리 힘들거나 가시적인 효과가 크게 기대되지는 않는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외지인들이 장기적으로 꿈을 세우고 차근차근 이루어 나가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