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유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유감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4.10.29 10:00
  • 호수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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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루체른의 상징인 카펠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지붕이 있는 목조 다리로 유명한데카펠교에서 걸어서 7~8분 거리에 있는 뢰벤 광장 부근에는 빈사의 사자상이 있다.

빈사의 사자상은 1792년 프랑스 혁명에서 마지막까지 루이 16세를 지킨 786명의 스위스 용병을 기리기 위한 작품으로 덴마크 조각가 토르 빌센에 의해 1821년 완성되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가난한 나라였던 스위스는 용맹한 청년들을 용병으로 보내 외국의 군주를 위해 목숨까지 바쳐야하는 비극을 경험했고, 그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 빈사의 사자상을 건립하였다고 한다.

용병의 역사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는데 특히 이슬람제국이 중앙아시아와 이집트에서 노예를 끌고와 용병으로 양성하여 이들을 굴람이라고 불렀다. 굴람은 9세기에서 시작하여 19세기까지 존재하였다.

이때 양성한 노예 가운데 백인 기마병을 맘루크라고 하는데 이집트에서 세력이 커진 맘루크는 1250년 맘루크왕조를 세울 정도로 힘이 강했다.

오스만 제국의 최정예부대는 술탄(황제)을 보호하는 근위병으로 이들을 예니체리라고 불렀고, 예니체리는 점령지 기독교 가정의 사내아이들을 징집하여 어릴 때부터 키운 전사다. 가난을 벗어날 수도 없고, 출세의 기회도 가질 수 없던 점령지 청년들은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출세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강한 전사가 되었다.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에 걸쳐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도 사실상 미국의 용병이나 다름없었다. 19615.16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해 정통성이 없었던 박정희는 미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여러 차례 케네디 대통령에게 베트남전에 한국군을 파병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였으나 케네디는 박정희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대통령직을 승계한 존슨은 베트남에서 베트남 중립화보다는 군사행동 강화를 해결책으로 판단했고, 19641219일 브라운 미국 대사가 박 대통령을 만나 존슨 대통령의 비전투 병력 파병 요청 메시지를 전달했다.

결국 5만 병력 규모의 한국군(누계 합산으로 총 30)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으며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에 걸쳐 563,387건의 작전을 수행했다.

한국 정부는 베트남 파병을 조건으로 군인들의 월급과 전투수당, 베트남의 건설과 전쟁 복구 등에 한국건설사 참여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 사용되는 물자를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요구했다. 또한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자동 개입 조항을 넣어줄 것, 주한미군의 주둔군 지위 협정을 맺어줄 것, 그리고 주한미군 감축을 중지해줄 것 등을 요청했다.

한국군의 베트남 참전은 한국전쟁을 경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베트남이 공산화되면 한국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여론전과 6.25 전쟁 당시 유엔군의 도움을 받은 한국 국민이 자연스럽게 남베트남인들을 북베트남 공산도당에게 핍박당하는 선량한 민주주의자로 보게 하여 그 명분을 얻었다.

하지만 파병 군인들의 월급과 전투수당은 미군은 말할 것도 없고, 남베트남, 타이, 필리핀군보다도 터무니없이 적었고, 죽거나 다쳐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전사자들은 1인당 평균 602,300원이 부상자는 1인당 평균 44만원이 지급되었을 정도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지역에 북한군 특수부대원을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과 푸틴은 지난 619일 북`러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서명했다. 조약에는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는 경우 (상대방은)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은 러시아에 전투 병력을 지원하고, 재건을 위한 공병부대나 인력을 파견해 외화벌이로 활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비판하며 러시아에서 철수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사실상 한미일 군사동맹조약이나 다름없는 한미일 안보협력각서부터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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