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춘수 전 함양군수가 10월 17일 창원지법 거창지원 형사1부에서 하천보 설치와 관련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고, 청원경찰 채용 관련 부정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징역 6년과 벌금 6천만원, 추징금 3천만원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자재납품업체 대표 A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청탁자 B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서 전군수는 2020년 함양군내 하천에 가동식 보를 설치할 때 모업체 A대표의 청탁을 받고, 담당 공무원에게 부당한 수의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한 혐의와 B씨로부터 3천만원을 받고 그 대가로 B씨의 아들을 청원경찰로 채용한 혐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단체장을 둘러싼 잡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경상북도 23개 시`군 가운데 21곳의 단체장이 각종 비위로 사법처리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경북 울릉군에서는 5명의 민선군수가 선출되었는데 이 가운데 4명의 역대 군수가 업자들에게 돈을 받거나 공무원들로부터 인사청탁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다.
청송군에서는 5명의 역대 군수가 지역업자들에게 돈을 받거나 부하직원들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고, 영천시에서는 4명의 역대 시장이 부정비리로 기소되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할만한 제도적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비리나 부정은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단체장들의 도덕적 해이는 한마디로 들키지 않으면 된다는 식이다.
전라북도 임실군은 초대 군수가 재선에 성공한 뒤 뇌물로 구속되는 바람에 보궐선거가 실시되었다. 재선에 성공한 이모 군수는 매립장 비리의혹으로 사직하였고, 이어 당선된 이모 군수는 승진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으며, 다음 김모 군수는 업자로부터 2억원 지급약속 각서를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임기를 잘 마치겠다고 공약한 김모 군수 마저 뇌물로 구속되면서 군수 선거를 1~2년에 한 번씩 치르는 일이 반복하여 생기기도 했다.
한편 군수가 직접 뇌물을 받지 않고, 정무직 문고리 비서실장이 대신하여 뇌물을 받아 구속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정무직 비서실장은 제2인자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공무원들의 승진 또는 보직인사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물품이나 공사의 수의계약 그리고 관급자재 계약 등에 관여하여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는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비서실장이 혼자 독박을 쓰고, 단체장은 몰랐다고 발을 뺄 수가 있기 때문에 단체장 비리의 꼬리 자르기에 적합하다. 따라서 정무직 비서실장이 아닌 일반직 공무원을 비서실장으로 두어 비리와 전횡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군수와 비서실장의 비리뿐만 아니라 군수의 측근으로 불리는 사람의 비리도 법의 심판을 받았다. 지난 10월 12일 광주고법 형사3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A 씨(48)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추징금 6억 1796만 원도 부과했다. A씨의 알선으로 모업체가 장흥군으로부터 마을방송시스템 구축사업으로 30억 6512만 원 상당을 수주받았고, A씨는 2020년까지 이 업체로부터 12차례에 걸쳐 8억 5760만 원을 송금받은 혐의를 받았다.
A씨는 다른 업체에서 장흥군 경로당 공기청정기 보급사업을 알선해주고 수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은 혐의도 드러났다. 이와 같이 군수와 비서실장 심지어 군수의 측근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부정과 비리가 지방자치를 뿌리째 썩어가게 하고 있다. 따라서 군수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