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북하, 북일, 삼서, 동화 – 생활사막(Life desert), 정주기반 와해단계
<장성군 인구는 늘어난다?>
김한종 군수는 지난 7월 민선 8기 3년 차를 맞으며 후반기 군정 목표를 ‘미래를 향한 대도약! 성장하는 장성’으로 세우고, △인구·돌봄 △힐링 관광 △AI·일자리 △스마트 농업 △지속 가능 성장을 5대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인구와 돌봄을 핵심과제로 내세우며 첨단 3지구에 3800여 세대 공동주택이 완공되면 9천여 명의 인구 유입이 예상된다고 했다.
장성군은 첨단 3지구가 완공되면 장성군 인구 5만명 시대를 회복할 것이라며 여기에 국립심뇌혈관연구소 설립이 완공되면 그 이상의 인구 증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장성군 인구는 1965년 13만 2천133명을 최고점으로 2005년 5만명이 무너지면서 2024년 9월말 기준 4만3천381명으로 집계되었다.
그런데 장성군이 인구 5만명 회복을 마치 장성군의 성장으로 내세우는 것은 사실상 숫자에 불과한 것이지 장성군민의 삶의 질이나 행복지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주시가 혁신도시가 건립되고, 인구가 늘었지만 구도심은 오히려 상권이 무너지고, 인구감소가 가속화되었으며 지역 내의 불균형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장성군의 인구소멸 대응책은>
지방소멸에 대한 공식적 논의는 일본 ‘마쓰다 보고서’가 2015년 [지방소멸론]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면서다. 정부는 2017년부터 지방소멸에 대한 연구보고서 등을 토대로 지역균형, 지방분권의 강화를 통한 지역소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하였다.
본지가 2018년 8월 27일자 보도에서 장성군의 인구소멸지수가 0.314로 소멸위험지역(0.50)에서 소멸고위험지역(0.20)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2024년 장성군의 인구소멸지수는 고위험단계 진입에 들어섰고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북이, 북하, 북일, 삼서, 동화면 등이 생활사막의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장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생활사막이 되면 콩나물 한 봉지, 우유 한개를 사려고 해도 면소재지가 아닌 읍으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장성군의 지방소멸대응기금 대부분은 생활사막이 되어가는 지역에 대한 대응이나 대책은 거의 없고, 관광 기반시설이나 인구가 많은 읍과 그 주변에 사용되고 있다.
장성군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확보하기 위한 T/F팀은 존재하지만 정작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T/F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선후가 뒤바뀐 것이다. 지역소멸에 대한 대응팀이 꾸려진 다음 어떻게 지역소멸을 막을 것인지 대안이 마련되고 그 대안을 실현하기 위해 기금을 요청하고 그에 상응하게 기금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장성군의회는 물론 장성군 집행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토의하거나 대응팀을 꾸렸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하였다.
<지방소멸대응기금 인구감소지역에 사용해야>
2022년 11월 전남도의회 정철의원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감소지역에 사용해야 한다”며 “전남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용방향이 기반시설에 집중돼 사업의 지속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의원은 대응기금이 “컨설팅, 학습 프로그램, 거버넌스 구축 등 피부에 와 닿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발굴하는데 더 집중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를 장성군에 도입한다면 인구소멸이 심각하여 생활사막에 진입하고 있는 작은 면단위에 집 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의원은 “인구소멸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청년 유입 관련 사업비가 40% 이상인데, 출산 장려 사업은 공공산후 조리원밖에 없다. 출산`보육, 귀농귀촌 지원 등 다른 정책에도 기금을 균형있게 배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런데 충남연구원 윤정미 박사는 “지방소멸 대응정책의 핵심은 농촌의 공간의 기능적 재편과 함께 사람 중심의 활력 되살리기 정책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어떤 정책이나 대책보다 지역 주민이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장성군을 비롯한 여러 지자체는 지방소멸의 대안으로 관광산업을 위한 기반시설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관광의 핵심은 지역주민이 관광사업의 중심이 되고 관광으로 인한 혜택이 지역사회에 환원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데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은 주민이 행복한 지역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시와 농촌의 소통, 정주여건 개선 및 일자리 창출 등 마을의 소멸지수에 맞는 맞춤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한마디로 시설 중심의 관광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지방분권, 주민자치에서 마을자치로>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10월 17일 지방소멸과 인구구조의 해법으로 ‘지방분권’을 제시했다. 2024년 7월말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수도권 거주는 2천622만6천명으로 총인구의 50.7%를 차지했다. 동·읍·면별로 보면, 동 지역에 전체 인구의 81.3%가 거주하여 읍`면에는 18.7%만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읍인구는 줄어들지 않고, 면인구는 급감하는 현상이 농촌지역 대부분 지자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과밀화는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심각한 안보위기와 경제적 불균형으로 인해 많은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농촌에서 중소도시로,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대도시에서 다시 수도권으로 옮겨가는 인구의 도시 집중화는 결국 농촌 마을의 소멸을 초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마을의 소멸을 막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읍`면의 자치권을 실현하여 주민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해야 한다. 읍`면 주민자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읍`면`동장을 주민총회에서 선출하여 읍`면행정복합센터가 명실공히 주민자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읍`면`동장의 주민총회 선출을 위해서는 법개정이 따라야하기 때문에 우선은 읍`면동`장의 시범적 공모제운영 등을 시행하거나 주민추천제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주민자치회에 선심성으로 편성하고 있는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예를 들어 읍`면장 재량사업비, 흙수로 개거사업과 소규모 농로 확포장사업, 마을 안길 포장 사업비 등은 주민자치회에서 자율적으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영암군 금정면에서는 주민들의 주도로 ‘우리금정의원’을 개원했다. 인구가 줄면서 기존의 ‘금정연세의원’이 폐원하고 넉 달 만이다. 주민들은 5천만원을 들여 병원을 리모델링하고, 의사를 섭외하여 다시 병원문을 열게 하였다.
지방소멸기금 또는 인구소멸 대응기금은 이런 곳에 사용해야 하고, 주민자치는 주민들의 실생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들을 주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단계에 올라야 한다.
기초단체마다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작 마을 소멸과 작은 면단위가 소멸되는 것은 바라만 보고 있다. 장성군은 물론 장성군의회가 하루빨리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인구가 줄어들더라도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밞을 살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