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존에서도 타지역 농산물 즐비
신토불이 판매에 앞장서야 하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각종 수입산 농·수산물이 대량 판매되고 있어 적절한 관리·감독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기자가 지난 22~23일 이틀간 장성지역 내 여러 로컬푸드 매장과 하나로마트를 둘러본 결과 농협의 설립 취지와 내부 기준에 맞지 않는 수입산 농·수산물 판매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백양사농협 하나로마트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과일류 판매대에는 태국산 망고와 필리핀산 바나나가 잔뜩 진열돼 있었고, 뒤편의 냉장진열대는 칠레산 레몬, 뉴질랜드산 키위, 필리핀산 파인애플이 농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떡하니 자리를 차지했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두부 17종 가운데 무려 10개가 미국·캐나다·중국산 대두(콩)로 만들어진 식품이었다. 포장지에 ‘국산 촌두부’, ‘국산콩 100% 두부’라고 적힌 품목이 외국산에 의해 상대적으로 가려져 보였다.
수산물의 경우 수입산이 판을 쳤다. 수산 코너 냉장 진열대에는 용기에 포장된 중국산 다슬기와 태국산 해파리가 고객들을 맞았다. 수평형 수산물 냉동고는 국내산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느껴졌다. 러시아산 대구전감부터 중국산 칵테일새우·명태고니·바지락살, 러시아산 손질동태, 아르헨티나산 찜용 홍어 등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주류 판매 냉장고는 충북업체인 세종 알밤 막걸리와 담양에 있는 죽향도의 생막걸리가 눈에 띄었다. 장성에도 여러 주류 업체들이 주조한 막걸리가 있지만, 황룡주조장과 장성주조 제품만 단조롭게 갖춰져 있었다.
삼계농협이 운영하는 로컬푸드&하나로마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로컬푸드 코너를 마주보고 있는 과일 판매대에는 키위, 바나나 등 수입산 과일이 놓여져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냉장진열대 한 구역은 ‘로컬푸드’라고 적인 유리 스티커를 부착해 구분해 놨는데, 안쪽에 진열된 식재료는 장성에서 생산한 것이 아닌, 어디서 출하한지 알 수 없는 국내산으로 표기된 농산물이 주를 이뤘다. 로컬푸드는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돼 장거리 운송이나 다단계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은 농산물을 일컫는다. 황룡농협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농협중앙회 내부 매뉴얼인 ‘수입농산물 판매금지 기준’을 보면 ▲고추‧당근‧양배추 같은 채소류 ▲바나나‧오렌지‧파인애플 등 과실류 ▲쌀‧보리를 포함하는 곡류 등 주요 15개 품목에 대한 규제 규정이 있다. 수산물은 관련 규정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사각지대다.
그러나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르면 농협은 농민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통해 농업생산력의 증진과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법인체다. 특히 경제사업은 농업인이 안정적으로 영농활동을 할 수 있도록 농축수산물의 생산, 유통, 가공, 소비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도록 돼 있다.
지역농협 한 관계자는 “내부 기준에 어긋나는 수입산 농산물을 판매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며 “다만 두부는 원재료가 수입산이어도 즉석식품이 아닌 이상 판매가 가능하고, 수산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내부 기준이나 규정이 없어서 판단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