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은 이태원 참사 2주년이 되는 날이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의 해밀턴 호텔 서편 골목에서 할로윈 축제로 수많은 인파가 몰려 159명의 시민이 압사하고, 195명이 부상당했다.
해외에서의 대형압사 사고로는 지난 2015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성지를 순례하던 사람들이 얽혀 717명이 압사당하는 사고가 있었고, 2022년 10월 3일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안방팀의 패배로 인해 난동을 벌인 관중과 이를 진압하려던 경찰과의 충돌로 174명이 압사당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태원 사고는 일명 후진국이라고 하는 나라에서나 일어날법한 대형압사 사고가 치안과 질서가 가장 잘 실천되어 있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일어난 것이다. 더구나 사고 발생시간인 10시경보다 3시간 40분 전에 112에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하여 사고시각까지 11건의 위험신고가 접수되었음에도 경찰은 이를 간과하였다.
용산경찰서가 사건 당일에도 상위기관인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지원을 요청하였으나 이를 거절했다는 것도 드러났다. 만약 기동대가 출동하여 군중을 통제했다면 그날의 끔찍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프리카TV의 한 BJ는 사고 발생 1시간 전에 사고현장에서 탈출하여 인근 이태원파출소를 찾아가 인파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요청하였고, 사고 현장에서 1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9시 뉴스에서도 인파로 인한 사고 위험이 감지되었다.
경찰청은 기동대를 출동하여 차량을 통제하고 사람들을 큰길로 유도하는 등 인파를 분산시켜야 했다. 하지만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는 그곳에 없었고, 대부분 20대인 청년들이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거리에 쓰러져 죽어야만 했다.
헌법 제 34조 제6항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었다. 여기서 국가는 바로 정부이고,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정부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행안부장관이다. 그런데 최소한 정치`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당시 총리는 물론 행안부장관 등이 아직도 그 자리에 버티고 앉아 있다.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세월호가 진도 팽목항 인근에서 침몰하여 승객 476명 가운데 304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다.
당시 이주영 해수부장관은 사고 수습을 위해 136일 동안 팽목항에 머물며 유가족을 위로하며 그들과 함께 있었고, 사고 수습이 끝나자 바로 장관직을 사임하였다. 이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 10주년이 되던 지난 4월 16일 팽목항을 방문하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였다고 한다.
기후위기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재난과 재해로 인한 사고는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지난 10월 29일 스페인 남동부에 쏟아진 폭우로 15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스페인 기상청은 발렌시아에서 8시간 동안 내린 비가 이 지역의 지난 20개월 치 강수량보다 많다고 밝혔다. 발렌시아 서쪽 치바에선 밤사이 4시간여 만에 318mm 이상의 비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UN산하 재난위험경감사무국이 2000~2019년까지 발생한 세계재해보고서에는 7348건의 재난`재해 발생으로 123만명이 사망하였으며 재난과 재해가 20년 전에 비해 1.7배 상승했다고 한다. 정부의 역할은 재난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신속한 구조와 사고수습이 뒤따라야하고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하며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국회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제라도 이태원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그리고 반드시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닥칠 재난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