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청년보고서] ② “같이 머리를 맞댈 기회가 있었으면”
[장성청년보고서] ② “같이 머리를 맞댈 기회가 있었으면”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4.11.17 19:53
  • 호수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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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빵집’ 김진혁 대표
무무빵집 김진혁 대표

밀가루, 버터, 설탕. 빵을 만들 때 없으면 안 되는 재료들이다. 하지만 이 재료들과 함께 떠오르는 우울한 단어들도 빼놓을 수 없다. 글루텐, 콜레스테롤, 정제당, 다이어트의 적, 각종 성인병까지……. 이런 이유로 빵을 꺼리는 소비자들도 많다.

누구나 건강하게 빵을 즐길 수 없을까. ‘건강빵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건강에 나쁜 걸 없앴다는 무무빵집 김진혁 대표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그에게 빵에 대한 편견을 깨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건강한 빵을 고민해 온 그가 장성에서 청년 소상공인으로 자리를 잡게 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기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걸 해 보자

장성에 오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는 김 대표를 장성으로 이끌게 된 원동력은 도전이었다. 광주, 서울 등 대도시에서 일하던 그는 장성에 없는 메뉴, 지역 관련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도전 정신을 갖고 장성에 정착했다. 김 대표가 개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건강빵은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래도 빵은 간식이지생각하는 편견이 크기 때문이었다.

막 문을 연 1년 전, 김 대표는 손님들에게 크게 혼난 적이 있었다. “어떻게 빵을 이것밖에 준비 안 했냐며 혼난 것이었다. 개업한다고 장성 길거리에 그 흔한 광고 한 번 붙인 적이 없던 그는 빵이 다 팔릴 줄 몰랐다며 그날의 일이 자극제가 됐다고 회상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지난 11월 초 개업 1주년 전품목 20% 세일 행사 때는 기간도 이틀로 늘려서 첫날 모든 빵이 소진되자 가게 문을 닫고 다음날 빵을 팔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

여기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걸 팔자는 김 대표의 철학은 가게의 인기 메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 대표는 가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메뉴 3가지를 통식빵, 에그타르트, 소금빵으로 꼽았다. 흔한 슬라이스 식빵이 아닌 수분 함량을 높여 그냥 뜯어 먹어도 맛있는 통식빵을 만들었다. 통식빵은 당일 오전에 내놓자마자 바로 매진되는 인기상품이 됐다.

매장을 가득 채운 빵들
매장을 가득 채운 빵들

맛있는 연구 성과

에그타르트는 파이 반죽 안에 달걀로 만든 커스터드 크림을 채워서 구운 파이의 일종이다. 요즘은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지만, 김 대표는 다른 곳과의 차별화를 위해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에그타르트를 개발하기 위해 상당히 오랜 시간을 들였기 때문에 에그타르트를 가장 아끼는 메뉴라고 밝혔다.

장성 샤인머스켓으로 만든 생과일 케이크
장성 샤인머스켓으로 만든 생과일 케이크

3대 인기 메뉴 말고도 손님들이 자주 찾는 메뉴 중 하나는 케이크다. 2023년 겨울, 딸기가 출하되던 때 단골손님들이 혹시 제과는 안 하시냐는 문의가 빗발쳐 김 대표는 케이크를 시작하게 됐다. 겨울의 딸기 케이크를 시작으로 매년 장성의 특산물인 무화과·샤인머스켓·딸기, 여름 망고를 재료로 만드는 케이크는 이곳을 유명하게 하는 또 다른 요소다.

2023년 연말 처음 케이크를 시작할 때 김 대표는 ‘10개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예약 주문을 받았다. 그런데 막상 주문을 받고 보니 예상 주문량의 몇 배가 넘는 문의가 들어와 처음 시작한 딸기 케이크는 30개 주문만을 받았다. 유명 빵집만큼 과일은 많이, 하지만 가격은 저렴하게 팔자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다. 덕분에 인근 타지에서도 케이크를 주문하기 위해 주말에 장성을 오는 사람들이 많다.

향후 김 대표의 계획은 건강빵 매출 증가다. 지난 1년간 영업하면서 건강빵이 뭔지 낯설어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한번 먹어 보면 통밀빵, 치아바타(밀가루·이스트··소금만을 이용해 만든 빵)만 찾는 마니아들이 생겼다. 앞으로 더 사랑받는 메뉴로 만들기 위해 김 대표는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좋은 빵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함께 사는 세상이 되길

장성읍 상권은 군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와 반대로, 김 대표의 매장은 터미널 근처에 있다. 터미널 근처에서 일한다면 간단한 요깃거리나 음료를 사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군청 쪽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여기 터를 잡은 이후, 단골손님들은 여기 열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종종 건네곤 한다. 그만큼 지역밀착형 영업이 잘 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역밀착형 영업은 김 대표의 당일 생산 당일 소진원칙과도 연결된다. 영업이 끝난 7시가 되면, 김 대표는 남은 빵을 정리해 장성군 푸드뱅크에 기부한다. 열심히 배운 기술을 좋은 데에 쓰고 싶다는 그의 소신이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김 대표는 교회, 노인정 같은 곳에 그날 영업 종료 후 남은 빵을 기부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메뉴 개발 때문에 시간이 모자라다 보니, ‘좀 더 편하게 기부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때 누군가가 푸드뱅크에 기부해 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 왔다. 그때부터 그는 장성군기초푸드뱅크를 통해 그날 만든 빵을 기부하며 자신의 기술을 좋은 곳에 쓸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한편, 김 대표는 청년 소상공인이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길 꿈꾼다. 아무것도 모르고 맨몸으로 장성에 정착한 김 대표는 농업인이 아니고, 혼자 빵집을 이끌어가다 보니 군에서 주관하는 모임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 그는 장성 내 청년 소상공인 모임을 꾸려서 지역 특산물인 샤인머스켓·레몬·단감 등을 활용한 특색 있는 상품 아이디어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같이 머리를 맞댈청년 소상공인 모임 형성을 위해 김 대표는 매일 고민한다. 인구 소멸 위기를 정면으로 뚫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배출할 수 있는 모임이 필요하다. 그 아이디어의 중심에, 청년 소상공인들이 우뚝 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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