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2013년 이어 올해 8월 ‘온라인 생중계’ 권고
의회, 내년 청사이전 뒤 시행... 주민 알 권리 또 유예
의회일정, 회의록 등 게시판 오류ㆍ늑장 게재 수두룩
군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오는 20일 시작된다. 그러나 이번 감사 역시 온라인 생중계가 되지 않는 ‘깜깜이 감사’로 진행될 예정이다.
더구나 군의회는 지난 8월 온라인 생중계 시스템을 갖추라는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 권익위)의 권고를 받고도 3개월 넘게 손을 놓고 있었다. “내년 10월에 새 청사를 짓고 시작하겠다”는 것이 이유다. 취재가 시작되자 의회사무과는 “제도 정비부터 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권익위 권고는 지난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다. 손을 놓고 있던 시간이 11년째다. 그사이 다른 기초의회는 시스템을 갖춘 지 오래다.
‘소통하는 의회’를 개원 일성으로 내건 9대 후반기 의회. 그러나 정작 무관심과 행정편의 속에 방치되고 있는 온라인 의정의 현주소를 점검했다.
장성군의회 홈페이지, 영상 회의록 6개월 간 10회 누락
권익위는 지난 8월 2일 ‘지방의회 의사 공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226개 기초의회 중 134개 의회는 일부 또는 모든 회의에 대해 실시간 중계와 영상회의록 공개를 하지 않고 있었다.
장성군의회도 온라인 회의 중계가 ‘먹통’인 의회 중 하나다.
실시간 중계는 아예 하지 않고 있으며 영상회의록 공개는 홈페이지에 6개월이나 늑장 게재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의회 영상회의록이 게시되는 곳은 의회 홈페이지 ‘의정방송’ 게시판.
의회 홈페이지 중에서 영상이 올라오는 게시판은 이 곳이 유일하다. 그나마 상임위 영상은 아예 없고 본회의 영상만 공개하고 있다. 이 곳에 올라온 가장 최근 동영상은 지난 3월 15일 열린 358회 임시회 2차 본회의 영상이다. 이마저도 회의가 끝나고 한 달여 지난 4월 12일에 올렸다. 이후 5월 20일 열린 359회부터 10월 25일 끝난 364회까지, 6개월 동안 열린 10회의 본회의 영상이 모두 빠져있다.
가장 최근 올라온 영상을 열어보면 이미 의원직을 사퇴한 고재진 9대 전반기 의장이 의사를 진행하고 있다.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돼 “군민과 365일 소통하는 열린 의회”를 강조한 심민섭 의장의 취임 일성이 무색해지는 장면이다.
의회 관계자는 “홈페이지에는 빠져 있지만 유튜브 영상에는 최근 회기까지 모두 올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답변은 주민 접근성 측면에서 볼 때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군의회 의정활동을 보기 위해 유튜브를 검색하는 주민과 의회 홈페이지를 찾는 주민 중 어느 쪽이 많을지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오는 얘기다. 의정활동을 공식 기록하는 의회 홈페이지의 아카이브 기능을 놓고 봐도 그렇다.
의사일정엔 첨부파일 빠지고 뒤늦게 올린 파일로 오류
사실 군의회사무과가 관리하는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면 온라인 생중계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생중계는커녕 회의록과 의사일정 공개 게시판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사무과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행정사무감사 일정을 12일 오전까지 올리지 않고 있다가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게시했다.
‘연간 의사일정’ 게시판에는 올해 1월 2일 ‘2024년 의정운영계획안’을 게시했는데 지난 12일 현재까지 첨부파일이 빠져있다. 의회사무과는 이 역시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첨부파일을 올렸다.
파일을 열어보면 5월 20일에 359회 정례회, 7월 1일에 360회 임시회를 개최한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359회 임시회, 360회 정례회로 변경 개최됐다. 빠져있는 첨부파일을 10개월 넘게 늑장 게시하면서 이미 지난 회기조차 변경사항을 반영하지 않은 채 올린 것이다. 무관심도 이쯤되면 주민과의 소통은 아예 포기한 쪽에 가까워 보인다.
‘최근 회의록’ 게시판에는 9월 12일 끝난 363회 제2차 본회의가 마지막 게시물로 올라있다. 회의가 끝나고 3주가 되어가는 364회 회의기록은 “아직 작성 중”이다.
의회사무과 관계자는 “속기사가 따로 없어서 네이버 클로바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이를 확인, 수정, 편집하는 데에 3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열악한 여건만 탓하기에 앞서 별다른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8월 권익위가 공문으로 전달한 ‘지방의회 의사 공개 활성화’ 권고에 의회는 “내년 10월 의회 청사 이전 후 추진”하겠다는 회신을 보냈다.
군의회, 권익위 두 번째 ‘생중계’ 권고에 “또다시 1년 뒤”
취재 시작되자 “일단 제도정비부터…생중계는 내년에”
의회 회의규칙에는 ‘회의록 유상배포’ 16년째 죽은 조항도
다른 지자체는 전담인력 두고 카드뉴스, 수어통역까지
주민 알 권리, 의회 투명성 위해 이제 의회가 답할 때
권익위의 권고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공개가능한 회의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영상회의록을 공개할 것, 둘째는 이를 위해 회의규칙 개정 등 근거 규정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권익위는 “지역 주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이번 권고가 지방의회에 신속하게 반영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성군의회는 “내년 10월 청사 이전 후”라는 답변만 보내놓고 3개월이 넘도록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군청에는 생중계하면서 군민 생중계는 “내년에”
군의회가 온라인 생중계 도입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예산의 중복투자 때문이다.
의회사무과 관계자는 “현재 청사에 생중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비용을 알아보니 유튜브 관련 업체 계약, 카메라 구입 등 8천만원 정도가 소요된다”며 “새 청사에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어서 지금 설치하면 이중으로 예산을 써야하는 낭비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답변이 ‘주민 알 권리’를 또다시 1년 넘게 유예하는 이유로는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주민이 원하는 의사 생중계가 반드시 완벽한 영상과 음향시스템에 기반해야 할 이유나 필요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의회 개원 이후 30년이 넘도록 한 번도 ‘의사 생중계’라는 방식의 알 권리를 경험해보지 못한 주민들의 갈증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더구나 주민들의 온라인 환경은 스마트폰 하나로 누구나 손쉽게 온라인 스트리밍이 가능한 세상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시스템을 갖춰야 가능하다’는 의회의 입장은 행정이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술-행정 간 지체 현상에 가까워 보인다.
이는 이미 의회 생중계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다른 지자체 군민과의 형평성 문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장성군은 2007년 경부터 읍ㆍ면사무소와 각 실ㆍ과에 의회 방송을 생중계하고 있다. 의회관계자는 “(군 내부 방송은) 자체 통신망으로 송출하는 방식이어서 온라인 생중계는 어려우며, 녹화기능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력의 주권자인 군민과 감사 대상인 공무원 중 누구에게 먼저 의정 활동에 대한 알 권리가 부여되어야 할까. 자명해보이는 답을 두고 장성군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오답을 실행 중이다.
회의록 유료 배포? 16년 간 손보지 않은 회의규칙
이같은 반론과 재반론이 오가는 취재가 이어지자 의회는 권익위의 두 번째 권고, 제도정비부터 하겠다고 밝혔다.
의회사무과 관계자는 “의원님들과 협의해서 가능하면 내년 초에라도 온라인 생중계 등이 가능하도록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군의회의 회의 공개와 관련한 규정은 지방자치법과 장성군의회 회의규칙, 두 가지다.
의회 관계자는 “회의규칙 상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지방자치법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권익위의 권고에는 상위법에 기대지 말고 각 기초의회가 회의 중계 및 공개를 할 수 있는 회의규칙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라는 취지가 담겨있다.
그러나 장성군 회의규칙은 보다 면밀한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
규칙 제48조 5항에는 “공표할 수 있는 회의록은 일반에게 유상으로 배포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이 조항은 2008년 12월 제정 이후 한 번도 손보지 않은 조항이다.
권익위는 의사 진행을 실시간 중계하고 영상을 공개하라고 권고하는데 정작 장성군의회 회의규칙에는 ‘회의록을 유료로 배포하라’는 조항이 16년째 존치되어 온 것이다.
의정활동 공개가 의회 행정의 사각지대에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의회 관계자는 “이런 조항이 있었느냐”며 반문했다.
11년 전부터 국민 88% “온라인 생중계 필요”
사실 권익위의 이번 권고는 2013년부터 시작돼 10년 넘게 계속돼 왔다.
권익위는 2013년 12월 발행한 ‘현행법령 부패영향평가 개선권고 보고서’에서 “최근 지방의회별로 ‘회의록’이라는 전통적ㆍ소극적 공개방식을 넘어 적극적 의사공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관련 규정 미비로 주민의 ‘알 권리’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권익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244개 지방의회 중 52.2%가 인터넷 의사중계를 실시하지 않고 있었다. 올해 8월 조사결과는 226개 기초의회 중 134개(59.3%)가 ‘미실시’ 응답을 했으니 오히려 10년 동안 인터넷 의사중계를 하지 않는 의회 비율이 더 커진 셈이다.
반면 의사공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과 의회 관계자 모두가 공감했다.
2013년 권익위가 일반국민ㆍ공무원 등 3,64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의회 회의가 인터넷 중계되어야 한다고 답한 국민은 88.7%에 달했다. 지방의회 관계 공무원 65.8%도 인터넷 의사중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를 근거로 권익위는 각 광역의회의 회의규칙 개정을 권고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올해와 비슷했다. 인터넷 의사중계 근거규정을 신설하고 의사중계의 범위도 본회의에서 상임위로 확대하라는 것이었다. 권고에 대한 이행 여부를 2014년도 광역의회 청렴도 평가에 반영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같은 권고에 따라 발빠르게 움직인 지방의회 중 하나가 충북 음성군의회다.
음성군의회 관계자는 “2013년 권익위 권고를 받은 뒤 충북도의회, 진천군의회 등을 벤치마킹한 뒤 도입했다”고 밝혔다. 2015년 6월 인터넷방송 중계시스템을 도입한 음성군의회는 지난달 30일 끝난 본회의 영상회의록을 바로 다음 날 올릴 정도로 빠르고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인터넷 생중계는 물론 모바일 앱서비스도 함께 제공해 지역사회의 호평을 받고 있다.
카드뉴스, 수어통역…성큼 앞서가는 기초의회들
2011년 기초의회 가운데 최초로 HD방송과 함께 인터넷 중계를 시작한 창원특례시의회는 의회 홈페이지에 ‘인터넷방송’ 코너를 따로 두고 생방송, 본회의, 상임위 등 9개의 온라인 중계 메뉴를 운영하고 있다.
태안군의회는 의사 일정과 내용을 카드뉴스로 제작하여 SNS로 확산하고 있어 모범사례로 꼽힌다. 카드뉴스를 통해 의원들의 정례회 5분 발언을 정리해주고 상정된 안건을 만화로 쉽게 풀어 보여주는 등 주민 친화적인 의회 행정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모두 의회사무과에 온라인 방송 전담인력을 두고 있다.
주민 알 권리 위해 군의회 변화할 때
의정활동을 온라인으로 공유하려는 기초의회의 노력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급물살을 탔다.
충북도의회는 2020년 12월 코로나 확진자로 일주일간 정회했다 다시 문을 열면서 가장 먼저 회의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회의장에 참석하지 못한 의원의 온라인 출석과 발언도 공식 의정활동으로 인정하도록 한 것이다.
10년 전부터 계속돼온 권익위의 권고부터 5년 전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의회 확대까지, 외부의 자극과 계기는 많았다. 군의회 행정이 자극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주민들의 알 권리는 높은 의회 담장 밖에서 수 십 년째 서성이고 있다. 장성군의회 의정활동에 대한 공정성, 투명성, 신뢰성이 높아지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