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발전의 길잡이로써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력을 육성하는 한국농촌관광대학(학장 강신겸)이 올 해로 20주년을 맞이하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지난 10월 18일 영동군 레인보우영동연수원에서 한국농촌관광대학(이하 농촌관광대학) 20주년 기념포럼이 개최되었고, 기념식장에는 이 대학을 졸업한 동문들과 20기 신입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농촌관광대학은 농촌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해답을 사람에서 찾았고,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본 고는 20년 동안 민간 주도로 운영되었던 농촌관광대학의 시사점과 지역활성화의 근원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특별강연 내용을 토대로 주민이 깨어있는 농촌의 미래를 논의하였다.
❍ 생명과 문화가 가득한 농촌의 미래를 찾아서
2004년 10월 16일, 한국농촌관광대학은 수원 농림부 농업연수원 강당에서 첫 발을 내딛었다. 2004년은 FTA로 농업시장이 개방됨으로 인해서 농촌에 절망적 기운이 감돌고 있었을 때였다. 그때부터 농촌관광대학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각 지역으로부터 모인 사람을 중심으로 전문화된 농촌관광을 기획하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력을 육성하였다.
농촌관광대학이 시작되었던 20년 전과 비교한 오늘, 농촌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었을까?
20년 전 농촌은 ‘인구소멸’에 대한 화두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현재의 농촌은 농업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를 비롯하여 도농 간 소득격차가 더 심해지고, 일자리와 정주여건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곳이라는 의미가 총 망라된 ‘인구소멸’지역으로 명시되었다. 이에 대해 농촌관광대학은 농촌은 더 이상 ‘농사만 짓는 곳’이 아니라 ‘생명과 문화가 가득한 곳’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기존 부정적인 시선을 걷어내고자 하였고, 주민들에게 조명받지 못했던 농촌의 가치를 새롭게 재조명하였다. 농촌은 쉴 수 있는 곳, 체험할 수 있는 곳, 그리고 건강한 먹거리가 풍부한 곳이라는 기본 인식 위에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라는 교육활동을 해왔다. 그래서 생태적, 문화적 마인드로 농촌의 어려운 여건을 돌파하며 미래의 희망을 찾고자 한 것이다.
❍ 지역활성화를 가로막는 다섯가지 요인
이번 농촌관광대학 20주년 특별강연 주제는 ‘깨어있는 주민이 지역을 살린다’였다. 특강 주요 내용은 현 농촌의 어려움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즉 농촌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것이었다. 강신겸 학장은 특강에서 지역활성화를 가로막는 다섯가지 요인으로 ▲정부지원인 보조금 끊기면 사업도 중단되거나 유휴화되는 현상 ▲지역에 주체성, 공공성을 가진 인재(활동가)가 부족한 현실 ▲현장과 동떨어진 행정과 관행에 익숙한 공무원 ▲주민주도성보다는 행정과 용역사가 주도해서 어디서나 비슷비슷한 정책사업 내용 ▲주민들 ‘동원’을 ‘참여’로 해석하고 만족해하는, ‘형식적인 주민참여’ 를 지적하였다. 이같은 다섯개 요인은 그동안 무수히 많은 농촌사업이 진행되었지만 지속가능하지 않고 멈춰 서버린 농촌사업의 고질병과 같은 지자체의 고민거리였다.
❍ 마을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특별한 대책이 없이 반복되고 있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농촌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강교수는 내 지역과 내 마을을 바꿀 수 있다는 ‘깨어있는 주민’만이 지역을 살리고, 농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크게 지역을 변화시킬 주체자가 마을과 지역을 매개로 상호 간 유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될 때 지역 변화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지역을 변화시킬 주체자로서 주변을 생각하는 지역주민, 마을현장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민간과 공공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원하는 공무원 활동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많은 활동가의 노력을 통해서 마을은 주민들이 살기에 행복한 곳으로써 마을 본래의 기능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즉 우리 마을의 넉넉함은 외지인을 향한 환대가 되고, 주민과 방문자가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스스로 일어나고자 하는 마을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하며, 결국 지역의 다양한 활동가들이 자기 지역의 마을 곳곳에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 주체자로서의 주민육성,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역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의미 있는 활동가로 육성하는 일은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나서야 할 과업이다. 농촌관광대학에 재학 중인 삼서면 고훈숙씨(20기)는 새로운 관점에서 지역주민 육성이 이루어져야 하는 농촌 인력양성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이전까지 형식적으로 진행하였던 주민교육에서 탈피하여 농촌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새로운 시각에서 농촌의 희망을 발굴할 수 있는 사고를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농촌관광대학 동문들 간의 네트워킹과 자체 소규모 스터디그룹 활동은 지역을 일으키는 주체 간의 연대로 이어지기에 교육과정에서 주민들 간 매개적 활동을 강조하는 방법론 교육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언급하였다. 이제는 지역활성화를 위해서 지자체의 주민이, 교육기관이, 지역언론, 그리고 관이 혼연합심해서 지역 주민 역량강화에 매진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지역을 바꿀 수 있는 주체자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새로운 시작을 지역활성화대학으로
20주년을 맞이한 농촌관광대학은 앞으로 ‘한국지역활성화대학’으로 재편된다. 기존의 농촌관광대학을 포함하여 보다 포괄적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 즉 지역활동가를 양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활성화라고 명칭이 변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교육목표가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지역활성화대학의 비전을 보면 ‘마을을 바꾸어, 지역을 풍요롭게!’ 이다. 비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지역은 자원 측면에서 농업과 농촌문화를 활용하는 것이며, 지역주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활동해야 하며,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지역이 발전해서 지역주민이 풍요롭고 안전하게 영유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을 가꾸는 일이다.
앞으로 이 대학의 교육대상은 지역주민, 리더, 활동가 뿐만 아니라 공무원과 용역사까지 포함한 종합교육기관으로 확대 운영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즉 사람을 키우고, 마을을 바꾸며, 그 결과 지역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나서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야 하는 교육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론과 현장에 밝은 강사진을 보강해서 현장에서 필요로 한 맞춤형 교육도 병행할 예정이어서 각 지자체에서 관심을 갖을만하다. 농촌변화를 위한 열정 하나만으로 숨가쁘게 달려왔던 한국농촌관광대학, 포괄적으로 지역을 다루고자 새단장을 하게 된 한국지역활성화대학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