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 수출이익, 농촌에 되돌려야 한다.
지난 6월 한국농업 경영인회가 회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회원들의 평균 부채액은 1억4천여만원으로, 통계청이 2002년 발표한 1천9백여만원보다 7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이 노령화된 농촌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 노인들과, 수 년안에 농업을 포기해야 하는 60대 이후의 소규모 영농인까지 포함해서 농가부채를 평균으로 산출한 까닭이다. 실제 장성군에서도 삼사십대 영농인들 가운데 1억 이상 부채를 갖지 않은 농민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농업경영인회원의 절반 가량이 1억 이상의 부채를 갖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더구나 농민 두사람 가운데 한사람은 농업 소득으로는 부채의 원리금은 커녕 이자마저도 갚지 못해서 또 다시 대출을 받아 부채를 상환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는 농가부채의 금리를 1.5%로 인하하고, 원금 상환을 5년 거치 15년 분할상환토록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농가부채를 상환하는 방법으로 50.9%만이 농업소득으로 감당하고 있고, 나머지는 적금이나 보험 등 금융자산의 해지, 자산매각, 가계대출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무이자 원금상환도 불가능한 형편이다.
농민들이 부채를 갚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농업소득이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농업의 희생을 발판으로 이루어졌고, 산업경쟁력에만 치우친 경제정책은 농업경쟁력을 약화시켜 이제는 도저히 외국 농산물과의 경쟁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그런데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은 농촌에 한-칠레 무역협정의 국회비준을 강행하려는 정부가 내놓은 것이 고작 금리 인하와 대출 기간 연장이란 것은 굶어 죽게 생긴 사람에게 사탕하나 물려 주는 꼴이다.
정부가 그동안 기업이나 금융권에 쏟아부은 공적자금 중에 회수하지 못한 돈만으로도, 전국의 농가부채를 모두 탕감하고도 남는다. 농민들의 희생으로 살찌운 기업엔 부실 경영과 사주들의 개인착복에도 불구하고, 공적자금이란 명목으로 어마어마한 혈세를 낭비하고도, 경제정책에 의해 희생된 농민들의 부채는 농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먼저 농가의 수익구조 개선과 유통의 현대화 등을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농정전반에 대한 대혁신을 강구해야 한다. 빚을 탕감해 준다고 해도, 농촌에서는 도저히 살 수가 없는 것이 오늘의 농촌 현실이기 때문이다.
농가부채는 농민들이 가계 용도에 사용했거나, 농업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이 아니면 전액 탕감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에 “농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약을 했다. 대통령의 표창까지 받은 우수 영농인마저 자살을 하는 농촌에서 농민들의 눈에 눈물이 아니라 피눈물이 흐르고, 살이 타고, 뼈가 오그라들고 있다.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그래서는 안된다.
편집장 변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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