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들께 도시락 배달하는 선녀와 나무꾼
북이면 백암리 성부 마을에 사는 황재흥씨(45세)는 16년전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하반신을 쓰지 못한다. 그는 이 마을에서 띠 동갑인 아내와, 병원에서 만나 의형제를 맺은 같은 척수 장애를 가진 강성태(39세)씨와 함께 살고 있다.
정읍이 고향인 그가 퇴원 후 북하면 명치동에 자리를 잡았다가 성부마을로 이사 온 것은 8년 전이다. 기자가 처음 그의 집을 찾아갔을 때 황씨는 반갑지 않은 손님을 대하듯 “무슨 일로 왔습니까?”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취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얘기나 몇 마디 나누고 가겠다”는 기자의 넉살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리를 권했다. 다행이 황씨와 같은 마을에 사는 기자의 누이와 함께 간 까닭으로 금새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었다. 방송국 취재도 거부 했다며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는 얘기부터 꺼내기 시작했다.
한 시간여 동안 황씨와 얘기를 나누면서 ‘이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건강한 사람이구나’라는 믿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양봉을 하며, 개도 사육하고, 밭에는 고추를 심어서 이웃과 나누어 먹는다는 황씨는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도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장애인이다.”라며 자신은 비장애인에 비해 두 세배의 힘은 더 들겠지만 일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한다.
3년 전까지는 솔잎차를 만들었는데, 소나무의 새순을 따버리면 소나무가 죽어버려서 그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작은 생명 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수도자같은 느낌이 든다. 매주 수요일이면 북이면에 거주하는 열네 분의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한다는 황씨에게서 건강한 정신과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황씨와 결혼해서 또 다른 장애 후배의 수발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봉사활동까지 하고 있는 황씨의 아내. 힘닿는 데까지 봉사하며 살자는 황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이도 낳지 않았다는 그녀. 기자는 그녀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물으면 그냥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말해주고 싶어서다.
편집장 변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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