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고는 귀국 2개월 뒤 서면 의결…오늘 운영위 최종 상정
기획시리즈 - 국외 출장 집중 점검 (1)
코로나로 막혔던 군 의회ㆍ공무원 해외출장의 빗장이 풀린 지 2년을 맞는다. 외유성 출장, 부실한 사전심사와 결과보고서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공직자 해외출장.<장성군민신문>은 오늘부터 3회에 걸쳐 군 의원과 군청 공무원들의 국외 출장을 집중 점검한다. 출장 계획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하고, 결과는 잘 공개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전문가들이 본 결과보고서의 함량도 따져본다.
=====================================
글 싣는 순서
1. 군의회 의원 “계획심의 5분, 결과보고 2개월”
2. 군청 공무원 “결과는 우리끼리, 깜깜이 출장”
3. 결과 보고서 “이런 출장, 꼭 가야했을까?”
=====================================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6월부터 전국 243개 지방의회 소속 의원의 국외 출장 실태를 전수조사 중이다. 7개 지방의회를 선별 조사해보니 5곳에서 문제가 드러난 데 따른 전수조사다. 외유성 일정, 예산 유용, 보고서 대필 등의 문제가 쏟아졌다. 당초 4개월로 발표한 조사기간도 7개월로 늘었다. 권익위 담당자는 “연내 마무리가 목표”라고 말했다. 그만큼 캐낼 것이 많았다는 얘기다. 조사는 서면과 현지점검을 병행하며 촘촘히 이뤄졌다. 국외 출장만 놓고보면, 올 하반기 지방의회는 살얼음판이었다. 이 와중에 올해 9월 해외출장을 다녀온 장성군의회. 하지만 계획 심사부터 결과 보고까지 별다른 긴장감이 보이지 않는다.
질문 2개, 5분 만에 출장계획 통과
지난 8월 20일 오후 2시, 군 의회 상임위원회 회의실.
올해 의원 해외출장 계획을 심의하는 ‘공무출장 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참석자는 5명. 외부위원 3명과 내부위원 2명이다. 다른 외부위원 2명은 불참했고, 당연직 내부위원 2명은 해외출장 당사자인 의원이었다.
“날짜가 9월 19일인데 이것이 추석 뒤입니까?”
“코로나가 지금 많이 번지고 있는데 그쪽 좀 확인해 봤어요?”
안건 심의와 관련한 외부 위원의 질문은 두 가지,
날자 확인과 코로나 체크가 전부였다. 잘 다녀오시라는 격려 겸 당부가 이어졌다.
출장 당사자이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내부위원들은 질문도, 대답도 없었다.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회 사무과 관계자의 답변이 이어졌다. 심사위원들은 모두 가(可)에 동그라미를 쳤다. 원안대로 가결하는 의사봉이 세 번 울렸다.
회의가 끝난 시각은 2시 24분. 회의 진행 안내에 10분, 위원장 선출에 5분, 출장 계획과 심사 기준 설명에 5분 넘게 할애하고 난 시간이다.
출장자 10명, 이탈리아 6박 8일, 소요 예산 3,870만원의 올해 장성군 의회 해외출장 일정은 이렇게 결정됐다.
부산 기초의회 심사위, 국외 출장 ‘부결’
지난해 4월 부산 북구의회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는 출장계획 심의단계에서 계획안을 부결시켜 눈길을 끌었다. 이웃한 사하구 의회와 출장지가 겹친다는 것이 표면 상의 이유였다. 하지만 국외출장 중단과 상식적인 사전심의를 촉구하는 지역사회의 거센 여론도 한 몫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북구 의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심사위원회 결정 한 달 전부터 전체 의원 14명 중에 7명이 불참의사를 밝혔다.
북구 의회는 앞서 다녀온 국외 출장 결과보고서 200페이지 중 절반 이상이 표절이었음이 밝혀져 망신살이 뻗친 상황이기도 했다.
장성군의회는 이같은 비판에서 얼마나 자유로울까. <장성군민신문>이 이번 시리즈를 기획한 이유이기도 하다.
군의회는 ‘5분 의결’ 3일 뒤인 8월 23일, 의회 홈페이지에 출장계획서와 회의록을 게시했다. ‘장성군의회 의원 공무 국외 출장 규칙’(이하 국외 출장 규칙)에 명시된 일자와 방법을 정확히 따른 것이다. 부실한 검토는 차치하더라도, 과정 상에는 문제가 없었을까.
이날 심사위원회의 의사봉 3타가 있기까지 출장 준비과정에는 꼼수와 허점이 적지 않았다. 국외 출장, 결과보고 미루는 데는 “이유가 있다”
‘늑장’ 결과보고는 ‘부실’ 국외출장 방증…보고서 제출기한 줄여야
‘전원 출장’ 제동 걸리자 ‘1인 불참’ 꼼수쓰다 결국 “모두 해외로”
장성군의회는 올해 국외 출장을 준비하면서 참가 인원 확정에 애를 먹었다. 의회 국외 출장 규칙에 따르면 의원 ‘전원’이 참가하는 국외 출장은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허락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의장이 제한하도록 되어 있다. 이 규정은 지난해 3월 ‘전원’ 국외 출장을 다녀온 이후에 개정된 조항이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국외 출장은 재적인원 ‘전원’이 다녀왔다. 어떻게 된 일일까.
‘1인 불참’ 꼼수 부리다 규칙 위반
규칙에 명시된 것처럼 의원 전원이 국외 출장을 가려면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심사위원회 안건 상정 전, 계획 입안 단계부터 의장이 검토했어야 할 사안이다.
의회 사무과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계획 수립할 때만 해도 A의원이 가지 않겠다고 해서 ‘전원’ 출장이 아니었다”며 “출장을 앞두고 갑자기 고재진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이미 예약된 인원을 취소하기가 어려워 A의원이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파주시의회도 같은 규정을 피하려고 1명만 빼고 출장을 떠났다가 편법출장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장성군의회도 같은 꼼수를 택하려다 상황이 바뀌자 아예 전원 출장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한 것이다.
이같은 꼼수가 심사위원회 계획 심의에서 걸러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원회 인적 구성을 살펴보면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셀프심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초의회는 의원이 국외 출장을 갈 경우 출장 당사자가 심사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도록 규칙을 정해뒀다. 이른바 선수가 심판을 맡지 못하도록 한 이해당사자 제척규정이다.
그러나 장성군 규칙에는 이같은 규정이 빠져있다. 다른 기초의회의 국외출장 규칙을 찾아보면 제척규정이 빠져있는 경우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일반적인 조항이다.
군의회, 유별난 ‘부위원장’ 규정
최근에는 아예 심사위원회 구성에서 내부 위원을 배제하는 기초의회도 늘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회는 이미 19년에 심사위원 전원을 외부로 위촉하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장성군의회는 오히려 내부위원의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한 장치를 심어뒀다. 심사위원회 ‘부위원장’ 조항이 그것이다.
대개의 기초의회 공무출장 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을 민간위원 중에 호선’하고 위원장 직무 수행이 어려운 경우 부위원장이 대행해서 운영한다. 반면 장성군의회는 ‘부위원장은 장성군의회 부의장으로 한다’(제5조4항)고 아예 명시해두었다. 이 역시 다른 기초의회 관련 규칙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조항이다.
의회 관계자는 이들 조항에 대해 “불합리한 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이번 출장에는 늦었지만 내년에 개정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된 출장 준비를 마치고 의원 7명과 의회 사무관 직원 3명은 지난 9월 19일부터 26일까지 이탈리아를 다녀왔다. 의원 1인당 418만원, 직원 1인당 379만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초과되는 2,370만원의 경비는 개인이 부담했다.
의장 결과보고, 규정 기한 넘겨
계획서 상의 출장목적은 ‘선진국의 지역 전략산업, 도시 및 관광 인프라, 농업ㆍ유통 체계 등의 우수사례를 견학하여 의정 전문성 신장과 군정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
전체 출장 일정은 공식방문과 현장체험으로 구분됐다. 출장팀은 공식방문 일정으로 밀라노 시청 상하수도국, 볼로냐 현대미술관, 피렌체 농업학교 등을 찾아갔다. 현장견학 방문지는 밀라노 두우모 성당, 트레비 분수, 볼로냐 대성당, 성베드로 성당 등으로 채워졌다. 알프스 돌로미티 트랙킹도 체험했다.
이같은 일정으로 출장 목적이 달성됐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출장결과보고서가 두 달 넘게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외 출장 규칙에 따르면 출장팀은 ‘귀국 후 15일 이내’에 결과보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9월 26일 귀국한 이들은 결과보고서를 지난 10월 15일 심민섭 의장에게 제출했다.
규칙에 명시된 기한을 어긴 것이다. 의회 사무과 관계자는 “10월 초 연휴가 많아 의원 개별 보고서를 취합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나마 제출일자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관계자는 “제출일자를 확인할 수 있는 서면 결재문서는 없다”고 덧붙였다.
두 달 동안 미적대다 결국 서면의결
의장에게 제출된 출장 결과보고서는 다시 ‘60일 이내’에 심사위원회 의결과 운영위원회 최종보고를 마쳐야 한다.
의회 사무과는 지난 11월 28ㆍ29일 이틀 동안 심사위원회 서면 의결을 거쳤다.
재적 위원 7명 중 외부위원 3명, 내부위원 2명의 의결을 받아 원안대로 통과됐다.
의장 제출 이후 45일 만이다. 귀국일로부터 따지면 65일이 소요됐다.
출장 계획은 5분 만에 통과하고 결과보고는 두 달이 넘게 걸린 것이다.
그나마 서면 의결로 대면 토의나 질의가 생략됐다. 계획심의와 마찬가지로 형식적인 결과보고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의회 관계자는 “내ㆍ외부 위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출장 성과를 충분히 설명했고 위원들이 주신 의견은 운영위 상정안에 충분히 반영했다”고 말했다. 운영위 심의일정이 늦어진 데 대해서는 “당초 11월 18일경 심사위원회를 열고 순차적으로 운영위를 열 예정이었으나 심사위원장 건강 상의 이유로 회의가 미뤄졌다”고 해명했다.
국가공무원 45일, 장성군의회 75일
그러나 이 기한을 다 지킨다 하더라도 장성군의회 규칙처럼 귀국 이후 결과보고까지 최장 75일의 소요시간은 너무 길어 보인다.
국가공무원의 경우 귀국 이후 결과 공개까지 45일이면 종료된다. 대통령령인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귀국 후 30일’ 이내에 보고하고, ‘보고 후 15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돼 있다(제13조의2).
국가공무원에 비해 지방공무원의 국외출장 보고ㆍ공개가 30일이나 지체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기준을 달리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공무원만 등록하는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전남도 산하 22개 시군이 자발적으로 출장결과를 등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기초단체 공무원을 견제ㆍ감시해야 할 기초의회 의원들이 출장 결과보고서를 30일씩이나 더 느긋하게 낼 명분도 빈약하다.
국외 출장 결과보고서 제출 기한은 출장의 내실을 판단하는 맨 첫 번째 기준으로 꼽힌다. 출장 사후관리가 허술한 이유를 쫓아가다 보면 국외 출장의 외유성 여부로 의혹의 시선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년 외유성 출장 거센 반발일 듯
외유성 출장 논란이 끊이지 않아 온 지방의회의 결과보고서를 두고 제출기한과 공개여부에 관심이 모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2015년 ‘국외 출장 관련 복무강화 지침’을 발표하면서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국외출장 보고서를 늦장 제출하면 기관경고 조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표한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36개 정부 부처와 청, 위원회 가운데 공무국외여행 결과보고서를 법정기한 내에 70% 이상 제출한 기관은 절반인 18곳에 그쳤다.
오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공무원들이 결과보고서의 제출기한을 지키지 않는 것은 그만큼 출장 결과가 부실하다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전국 243개 지방의회 국외출장을 전수조사 중인 권익위 관계자는 “조사가 마무리되면 적발 사안에 따라 통상적인 절차대로 감사 또는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 수준과 규모에 따라 내년이면 지방의회 국외출장에도 대대적인 변화 요구와 여론의 거센 반향이 예상된다.
오늘 10시 군의회 운영위원회에 상정되는 결과보고서 심의와 이후 공개될 결과보고서의 함량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