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에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딱하거나 기막히다. 사전에 정의된 ‘한심하다’의 뜻이다.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딱하거나, 모자라서 기가 막히는, 그래서 한심해 보이는 상황은 어떤 경우일까. 지난 5일 오후, 불과 1시간 동안 비슷한 상황 세 장면을 보고 겪었다. 군청 공무원들 얘기다.
#1. 오후 2시 46분, 감사 후속 간담회
“전임과장들은 그걸 올리려고 데이터도 쌓고 했는데, 지금 우리 산림편백과 팀들은 (전문지식이 없어서) 성분 관리를 못하겠다는 거예요.”
발언의 주인공은 산업건설국장. 잔디 예지물을 활용해서 생산하는 부엽토의 성분ㆍ효능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난 답변이다. 이 자리는 지난주 행감에서 드러난 산림편백과의 사업 부진ㆍ보고 부실을 재점검하기 위해 열린 간담회. 굳은 표정으로 발언을 듣던 의원들은 결국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나철원 의원은 “사업 추진이 어려우면 전문가 찾아가고, 민간 용역도 맡기시라”고 조언했다. 국장이 의원들 앞에서 통제 불가 과ㆍ팀장을 하소연하는 생소한 광경,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업무 전문성ㆍ융통성에, 공직기강마저 부족해서 딱한 경우다.
#2. 오후 3시 17분, 군청 기획실
“의원 간담회이기 때문에, 거기(의회)서 판단을 해줘야 자료 제공을 할 수 있습니다.”
간담회 자료를 요청하기 위해 들른 기획실, 기획실장의 답변이다. 감사 후속 간담회가 의원 간담회로 둔갑했다. 옆에 있던 직원은 “원래 간담회도 비공개인데 공개했다”고 거들었다.
오늘 자리는 의원 간담회가 아니라 감사 후속 간담회 아닌가, 감사 자료는 공개되는데 후속 간담회 자료는 왜 비공개인가. 이렇게 물으니 “확인하고 메일 보내겠”다고 한다. 기획실장은 방금 전 간담회에서 보고자료 부실을 이유로 사과를 한 당사자다. 심민섭 의장은 “의원 개인이 아니라 군민이 묻는 질문이라 생각하고 보고ㆍ답변을 철저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심 의장 말대로 감사 질의가 ‘군민의 질문’이라면 답변과 자료 역시 최종 수취인은 ‘군민’이다. 지역언론은 군민을 대신해 일련의 과정을 취재ㆍ보도하는 견제ㆍ감시자다. 경계심의 과잉인가, 언론관의 부족인가. 어느 쪽이건 기가 막히는 경우다.
#3. 오후 3시 36분, 의회 사무과 통화
“아니,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 카톡으로 딱딱 (요청)하면 내가 다 해야 돼요?”
의회 언론 홍보를 담당하는 의사지원팀장의 불만이다. 저 대사에 등장하는 요청 자료는 심민섭 의장의 사진. 4일 저녁 급히 이뤄진 심 의장과의 전화 인터뷰 이후 요청한 인터뷰용 프로필 사진이다. 인터넷판 기사가 오늘 밤 올라가니 내일 아침에 보내 달라는 요청에 이 팀장은 흔쾌히 대답하더니 다음 날 메일도, 연락도 없었다. 10시 40분쯤 카톡으로 재요청하니 잠시 기다려달라는 답신이 왔다. 그리고 5시간 뒤 통화. 시작부터 반말과 존대말을 오가던 그는 그제서야 “의장님 웃는 사진 밖에 없어서 못 보내겠다”고 답했다. 의장 사진을 요청받은 의회 사무과의 대응치고는 상식 밖이다.
전날 전화를 걸어와 성명서 발표장에 참석을 요청하던 그가 “자료 요구는 담당자와 직접 통화하라”며 팀원 연락처를 알려줬다. 자료는 어떻게 받든 관계없지만 업무적 필요에 따라 표변하는 공직자의 감정적 대응을 바라보는 뒷맛이 씁쓸하다.
기자가 독자의 ‘알 권리’를 위해 취재하듯 홍보담당자는 ‘알릴 필요’를 위해 일한다. 공무원 조직의 홍보는 ‘알릴 의무’이기도 하다. 취재와 홍보, 서로의 관계가 신뢰와 존중으로 맞물려야 하고, 기분을 태도로 드러내선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양 자의 갈등이 취재 보이콧, 출입정지 등으로 악화될 때 피해를 보는 것은 독자, 시민인 것도 같은 이유다. 일에 대한 소명의식은 부족해서 딱하고, 그 결핍의 감정적 표출은 기가 막힌다. 공무원들, 한심하다.